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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류정필·茶 연구가 김남연 부부
아트코리아 | 조회 1,270
사진작가 류정필·茶 연구가 김남연 부부   - 
  • 김수영기자 이지용기자
  • 2013-11-15
  • 영남일보

  • 오는 19일부터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차밭 이야기’를 여는 류정필 사진작가가 최근 아내 김남연씨와 집안에 있는 차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류정필(사진작가), 김남연(차연구가) 부부는 매일 아침 차실에서 차를 우려 마시는 게 큰 즐거움이다. 차를 마시면서 최근 있었던 일, 마음속의 기쁨이나 걱정 등을 이야기한다. 각자 일이 있는 터라 평소 느긋하게 앉아서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이런 이들에게 지난 2년간은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특히 많았던 시간이었다. 사진을 시작한 지 25년이나 된 남편 류씨는 좋은 풍광을 찍기 위해 전국은 물론 해외도 멀다 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러던 그가 몇 년 전부터 차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내와 늘 차를 마셨지만 차밭을 사진 앵글에 담아낼 생각은 못했다. 아내가 차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차밭에 종종 따라가기도 했지만, 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밭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이를 주제로 삼아 개인전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2년 전부터 국내 차밭을 찾아다녔다.

    “차의 맛이나 향만큼 차밭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차밭의 사계를 찍기 위해 같은 차밭을 서너 차례 찾은 경우도 있습니다. 편안한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차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주고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하지요.”

    국내 차밭 찾아다니며
    차밭의 사계 등 촬영
    아내와 함께 전시기획

    19∼24일 대백프라자갤러리
    ‘차밭 이야기’展

    아내 때문에 시작한 차밭 촬영에 아내가 빠질 순 없었다. 아내 김씨는 1984년 차에 입문한 뒤 <사>종정차문화회 남정다례원을 운영하면서 차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를 거쳐간 제자가 수백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 차문화계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차인이다. 다례원 운영 등으로 바쁜데도 남편이 차밭을 촬영하러 가는 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김씨는 “차밭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대구에서 가까운 차밭까지 가려 해도 서너 시간을 차로 달려야 해 먼 길을 이야기 벗 삼아 동행한다. 남편이 사진 촬영에 빠지면 음식도 잘 먹지 않아서 식사를 챙기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은근히 드러낸다.

    이에 남편 류씨도 “바쁜 사람 괜히 데리고 다니며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미안할 때가 많다. 일일이 식사부터 간식까지 챙겨주고 비나 눈이 올 때 우산을 들어주는 등 세세한 손길에 늘 감사하다”고 아내의 말에 화답한다.

    이렇듯 떠난 여행길이 전국 방방곡곡의 차밭으로 이어졌다. 전남 보성, 영암, 강진 등 차밭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곳은 물론 제주도의 차밭까지 틈나는 대로 다녀왔다. 특히 전남지역의 차밭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차잎의 순이 갓 나올 때의 모습과 차잎이 무성할 때의 모습, 안개가 낀 차밭, 눈이 소복이 쌓인 차밭,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의 차밭 등 시시각각 변하는 차밭의 풍경을 다양한 앵글로 담아냈다.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류씨의 차밭 촬영 여정과 부부간의 사랑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차밭 이야기’전이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학창시절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 40대 후반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에 나선 류씨가 사진작가로서의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처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아내의 차 생활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고, 전시기획부터 아내와 함께한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류씨는 더욱 애정을 갖는다.

    류씨는 “오랜 시간 사진공부를 해 왔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개인전도 쉽게 열지 못했다. 차생활을 하는 아내가 이번 전시에 영감을 준 것은 물론, 많은 용기도 불어넣어줬다. 아직 작가로서 혜안이 부족해 배울 게 많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겸손한 설명도 곁들였다.

    류씨는 대구시전, 대전MBC사진공모전, 부산일보사진공모전 등에서 입상했다. 현재 사광회 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환경분과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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