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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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6    업데이트: 21-11-04 13:00

수제비
아트코리아 | 조회 930

 수제비

- 박숙이-

  
대가리와 똥
내장을 뺀 멸치 한 줌을 장국에 던져 넣는다
장국이 참 맑게 우러난다
내가 그동안 왜 그리 탁했는가를 들여다보게 된다
가난을 어루만지듯 수없이 치대고 치댄 혈육 같은 반죽 덩어리 
편견 없이 수제비를 뜯어 넣는다
복닥복닥, 그리운 시절이 후우 넘치고 
먼저 태어난 수제비에 늦게 태어난 수제비 동생들 살갑게 착 달라붙는다
뜨거운 양은 냄비 속에서 서로 먼저 떠올라라 밀어주고 받쳐주고
끈기만은 변치 마라 우리밀이다 야들아, 
팔팔한 생 속들 익어 걸쭉한 여름 한 그릇이
평상에서 입이 데이도록 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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