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서의 하행 길
- 박숙이-
중앙의 문학 행사에 다녀오던 열차 차창 밖에 하루살이들 가로등에 난무하고 있다 그렇구나, 너희들도 조명 한번 받고자 그 야단들이구나 그중의 한 마리가 열차 차창에 죽은 듯 붙어 고해성사하듯 조용히 몸을 아니 생각을 녹이고 있었던가 춥냐 그래 춥다 동대구역에 도착한 새벽 한 시의 캄캄한 하늘엔 중앙에, 바삐, 얼굴 잠깐 디밀고 내려온 하현달이 오한에 으스스 떨고 있다 벼르고 벼른 볼일이 참 뒤 안 닦은 듯 찝찝하고 찝찝하기만 한 그 중앙에서의 하행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