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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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6    업데이트: 21-11-04 13:00

가을국도를 달리다
박숙이 | 조회 981

가을국도를 달리다

박숙이

코끝까지 서러운 날은 31 번 국도를 무작정 달린다 누렇게, 익을대로 익은 바람결에 흔들려도 보다가 허수아비가 되어 잠시, 생각을 풀어헤치고 서 있다 가을이 깔린 국도에서 저녁 해를 끝까지 추월하다 보면 나도 잃고 길도 잃어 오히려, 잃어버려 더더욱 아름다운 내 영혼 만난다 늙은 들길이 피워 놓은 꽃은 꽃이 아니라 눈물이다 한 때의 싱싱한 순간들이 바람처럼 흔들리는 내 가슴에 누가, 가을 향을 한웅큼 따 조심스럽게 꽂아놓는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코스모스가 울먹이며 내게 속삭인다 그렇지 않다고, 내 믿음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외쳐대고도 싶지만 소리 지르면 코스모스는 놀라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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