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2-12-09 10:59

언론·평론

그림테마-박형석씨의 신라기행
주인 | 조회 1,454

신라(新羅).

1천여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한민족의 원초적 본향.

'수구초심'이라 했던가. 각박한 현실이 가뜩이나 숨가쁜 세상살이를 조급하게  죄어올수록 마음만은 언제나 고요한 옛 전통의 품속으로 숨어들고 싶듯 신라는 그렇게 친근하다."어릴적 줄곧 고향 경주의 오봉산을 바라보며 자랐어요. 그땐 몰랐었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언제부턴가 푸근한 고향생각이 나면서 다양한 신라문화의 면면을 화폭에 옮겨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과묵한 듯 그러나 무게실린 어조로 얘기하는 박형석(朴炯錫.38)씨의 테마는 '신라 기행(紀行)'.첨성대와 토우, 탑, 신라토기의 문양과 파편등 신라유물의 이미지들을 주된 소재로 고대 신라인의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해내려한 '유산' 연작들에서는 화려하진 않으나 은은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멋이 우러난다.

작품에서 휘황찬란한 금관으로 대변되는 신라 귀족문화의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그 특유의반골기질 탓일까. 그림속에 등장하는 다소 우스꽝스런 표정의 토우는 끈질긴 삶을 살아온 민초들의 모습을 지녀서인지 정서적 여유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과의 영적 교감마저 불러일으킬 듯 진솔하다.

"소재가 딸린다는 느낌이 들거나 작업이 잘 안된다 싶으면 아침이든 새벽이든곧장 경주로 달려갑니다. 박물관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거죠. 믿기 어렵겠지만 골치 아플때 경주에 가면 두통이 씻은듯 나아져요"

최근 두번째 개인전을 마친 박씨는 현재 영남공고 미술교사로 재직중. 그러나 그의 '그림 사랑'이결코 핑크빛만은 아니었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림이 좋아 중.고교때부터 미술부 활동을 했지만 종손인 탓에 처음 공대로 진학했다 군제대후에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남대 회화과를 만학도로 졸업했다는 후문.

한때 사업을 하느라 수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그는 향토적 정서가  짙게 배인 '탈춤' 연작시대를거쳐 94년 대구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신라 기행'을 시작했다."신라의 이미지들을 그림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다만 단순히 유물을 소재로 한지금까지의 작업과는 달리 앞으론 신라 향가나 설화에 내재한 얘깃거리를  형상화해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신라의 정신성을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늦깎이인 탓에 그간 갖가지 생각이 많았다는 장점(?)아닌 '체험'을 지닌 그가 한국적 미의 특징이라 일컫는 '무기교의 기교'로 얼마나 고대와 현대성의 교감을 일궈낼 지는 신라 토우의 표정만큼이나 알 듯 모를 듯.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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