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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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경기 참관기] 7)노현수 시인이 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2011.09.03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2,286

흔히들 육상은 단순한 경기라 하여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특히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이 나오지 않아 주위에선 아쉬움을 토로한다. 물론 기록이 좌우될 수 있는 스타트의 바뀐 규정과 강력한 라이벌의 부상이 문제이고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대구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한몫을 한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9월 1일 오전, 늦여름 폭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열정을 다하고 있었고,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우리 시민들의 높은 의식과 관전문화는 폭염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역동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나는 유난히 한 선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다. 400m와 1,600m계주에 출전하는 피스토리우스 선수는 종아리뼈가 없이 태어나, 의족이라도 사용하게 하기 위한 부모의 결단으로 생후 11개월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의족을 한 아이와 외출 때면 으레 아들에게 신발을 신기듯 ‘의족을 신자’고 했다는 그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목이 멘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피스토리우스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비장애인선수들을 뛰어넘는 쾌거를 올렸다. 지구상에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400m 달리기에서 당당히 준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실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역경을 뛰어넘은 한 편의 휴먼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세계육상연맹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탄소섬유로 제작된 의족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결국 스포츠중재재판소까지 간 후에야 비로소 피스토리우스는 비장애인 무대에 당당히 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오기까지 스스로의 장애를 뛰어넘는 피나는 노력과 고된 훈련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지만, 참으로 온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 판결과 그가 참가한 대회가 대구에서 열려 특히 나는 기쁘다. 그래서 나는 이번 우리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는 세계스포츠 역사에서 한없이 빛나는 대회라고 자부한다. 이제 영원한 피스토리우스 선수의 팬이 될 내게 그의 이번 대회 우승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이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장애인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장애인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마음의 장애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장애인이야말로 진짜 장애인이다.”

처서를 넘기고 백로를 코앞에 둔 9월 초입의 폭염이 걱정이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이까짓 더위쯤이야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정신력과 체력을 가졌다는 것을 나는 오늘 경기장에서 느꼈다. 앞으로 사흘 남은 대회까지 선전과 풍성한 기록으로 온 세계인들을 더욱더 행복하게 해줄 대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스토리우스 선수도 파이팅!

노현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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