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도 꽃 핀다
핏덩어리 뭉텅 잘라내던
내밀한 내 풋것의 사랑을
자궁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없는 것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무조건 들이대는 칼날에
반항 한 번 못하고
가차 없이 잘려 나간,
밖으로 내 보내지지 않은 비명 또한
무던한 침묵이었다
덧난 상처가 강한 힘을 키우고 있던 것처럼
봄이면 제 몸 뭉텅 잘려 나간 자리마다
삐죽 돋아나는 새순
그 끈질긴 목숨들 환하다
상처에도 꽃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