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구도
가끔 바람을 기억하는 나무 곁으로 달려가 왈칵 울고 싶은 날 있다 보리밭처럼 푸릇푸릇한 화장독을 지운다 지워진 자리마다 희미한 마마자국은 내가 꾹꾹 눌러놓은 아픈 화인이다 깊은 상처였던 꽃 몸 절개선 열면 슬픈 향기가 난다 나이테에 숨겨진 향기 그 속에 웅크린 내가 둥글게 탯줄을 감는다
하루의 둥근 시간이 지루하게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