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다는 것
고요를 쟁기질하던 늙은 소의 이력은 햇볕에 단련된 몸뚱이 하나뿐, 제 속 다 비워낸 질긴 가죽의 상처 눈부시다 풀이었을 저 넙적한 뱃가죽, 서럽도록 갸륵한 슬픈 짐승 매구처럼 몸 바꾼다 무엇이든 꾸역꾸역 밀어 넣으려고만 하는 내 팔다리가 허공에 휘청거린다 소가 되려나, 나는 되새김질하듯 죽음의 주머니를 열고 닫는다 묵밭처럼 자란 저 무거운 탐욕, 나는 언제 가벼워지려나, 몸 갚을 수 있는 저 소가 나는 또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