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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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7    업데이트: 14-02-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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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에는 졸지 않는 귀가 있다
노현수 | 조회 545

가을밤에는 졸지 않는 귀가 있다

   

 

점점 여리게 가을 흉벽을 치는 귀뚜라미 울음 힘겹게 지워져간다 구불구불 귓속을 파고드는 허망한 소리들 저 알아들을 수 없는 어둔 말 속에 내가 갇힌다 아직도 나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상현달이 허기진 밤을 넘어간다 마른가지 홑잎 같은 어머니 얼굴에 검버섯 자꾸 피는데 울어 줄 손도 멀고 무심하니 또 서러워라 가을밤에는 졸지 않는 귀가 있다 별들 하나둘 심연에 빠지고 뒤돌아 볼 수도 뒤돌아갈 수도 없는 사라지지 않은 오랜 시간들만 깨어 가을 흉벽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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