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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21    업데이트: 22-03-10 10:26

언론평론 자료

[ 문화산책 ] 석류
노애경 | 조회 805

 

[ 문화산책 ]  석류

 


노애경 <서양화가>
전시장 문을 열자 첫날부터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다. 그 중 한 중년의 부인이 그림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석류를 소재로 한 정물화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렀다. 그 그림을 사고 싶단다. 화사하게 핀 접시꽃을 거실에 걸어두고 싶다고 하면서, 지난해 결혼한 딸에게 선물할 그림부터 먼저 정한 것이다.

요즘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서 결혼해서도 빨리 아기가 생기지 않는 가정이 많다. 그래서 당사자는 물론, 양가 어른들까지 애절하게 속을 태우는 경우가 생긴다. 예부터 석류그림은 다산을 상징해 왔는데 특히 사내아이의 출산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아마 그녀도 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는 친정엄마의 마음으로, 딸의 집에 석류 그림을 걸어두어 얼른 아기소식을 접하고 싶은 것이리라. 이처럼 그림의 소재가 가지는 상징성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손님이 많다.

동양화가 정신과 사상을 담는다면, 서양화는 자연의 묘사나 시대의 현상 위주로 그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뜻이 담기지 않아도 보는 이가 서정성에 젖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든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우울한
마음이 경쾌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굳이 그림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면 포도그림은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처럼 자손과 재물의 번창을 기원한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모란은 부귀와 복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장식성으로도 좋아 예부터 가정집은 물론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도 많이 선호했다. 집안을 밝혀주는 해바라기 그림은 많은 씨앗처럼 재물과 함께 장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옛 선조들은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갈대와 참게가 그려진 그림을 서재나 아이들 공부방에 걸었다. 요즘은 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꽃이 벼슬을 상징한다고 하여 관심들이 많다.

수많은 해바라기를 그린 고흐는 자신의 해바라기에 대해 어떠한 의미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태양을 향하는 꽃의 열정을 생명의 찬가로, 노랑이 주는 상징이 그의 희망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림은 완성하기 전까지는 작가의 몫이지만 화실을 벗어나면 관객의 몫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와 관객이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작품의 의미는 한결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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