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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문상직 갤러리제이원 개인전-수녀→ 소녀→ 양 순수 찾는 화가/2015.01.07/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1,093


 

을미년 양띠해를 맞아 양 그림으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문상직 작가가 17일(토)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20년 이상 양 그림만 그리고 있는 문 작가는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작업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는 1985년 ‘해바라기’ 시리즈를 시작으로 1987년 ‘수녀’ 시리즈, 1989년 ‘소녀’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 시작한 ‘양’ 시리즈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 작가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양’ 시리즈가 우연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양’ 시리즈는 선산 도리사 능선에서 바라본 풍경이 계기가 된다. 당시 가는 빗발 사이로 멀리 낙동강이 흐르고 들판에는 한 무리의 양떼가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가가 본 것은 양떼가 아니라 비닐하우스였다. 착시현상이 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바꾼 결정적인 단초가 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기억의 힘’이다. 문 작가는 인상적인 장면을 스케치하는 대신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오랫동안 작품의 에너지로 활용한다. 그는 스케치를 해 두었다면 풍부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에 녹여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양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 속 양은 현실의 양이 아니라 일종의 심상이다. 그는 평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노니는 양떼를 내면으로 끌어들여 심상 풍경으로 변주해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 속 양은 암수 구별이 없는 두루뭉술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문 작가의 감성과 상상력이 더해진 양 그림은 양의 군집 상태나 배경 풍경에 따라 표정이 사뭇 달라진다. 이는 문 작가가 양의 형태보다 전체적인 배치와 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갖는 정적인 아름다움은 산과 양떼가 빚어내는 안정감 있는 구도에서 찾을 수 있다. 문 작가는 화면 위쪽은 밝게 처리하고 아래쪽은 채도를 높임으로써 그림의 조형미를 한층 견고하게 구축한다. 여기에 구도의 명당자리에 양떼를 배치함으로써 안정감을 강화한다.

 

문 작가의 작품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것은 자연 친화적 요소다. 작품 속 양은 화면에서 돌출하는 법이 없다. 자연의 일부로 대자연의 품에 포근히 안겨 있는 듯 자리하고 있다. 무리지어 다니면서도 주변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양의 모습은 선경(仙境)을 은유한다. 나아가 이웃을 발견하고 이웃과 어깨를 맞대며 살아가는 온화한 인간 세상의 모습도 담겨 있다.

 

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동물화가 아니다. 이면에는 형상을 압도하는 형이상학적 영감이 살아 있다. 문 작가가 자연에 순응하는 심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마음의 평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미적 체험을 그림에 투영시키기 때문이다. 황혼녘인 듯, 새벽 안갯속인 듯 신비한 풍경은 동양화의 여백처럼 보는 이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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