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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그림읽기] 민경옥 작 'ing-dream' 80호 변형. 아크릴 온 캔버스 / 매일신문 입력 2021-08-24 10:24:01 수정 2021-08-23
아트코리아 | 조회 295
[내멋대로 그림읽기]
민경옥 작 'ing-dream' 80호 변형. 아크릴 온 캔버스


민경옥 작 'ing-dream' 80호 변형. 아크릴 온 캔버스

온통 노랗다. 화면을 잔뜩 물들인 노랑은 반복되는 형태와 율동을 지니고 있다. 원래 노랑은 명도가 높다. 빛 반사율이 가장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밝고 화사한 느낌의 색이다. 그 사이사이에 빨강과 초록이 각기 다른 채도와 명도로 자리 잡아 자칫 노란색 일변도의 눈부심이 줄 수 있는 단순함과 감상의 지루함에 변주를 주었다.

민경옥 작 'ing-dream'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상향을 향한 현재 진행형' 정도라고 할까?

'이상향'(Utopia)은 원래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지만 인간의 상상 속에 늘 머물러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언어로서 이상향에 대한 상상과 감성을 화면에 흩뿌려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캔버스에 붓질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작가 스스로 내면의 자유와 열정에 휩싸였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상의 속성은 갈수록 확장된다는 것이다.

내친 김에 상상의 나래를 더 펼쳐보면, 이 작품은 노란 꽃을 활짝 피운 유채 밭일 수도 있고, 광활한 해바라기 밭일 수도 있겠다. 작업을 하던 작가는 어느 순간 캔버스의 공간적 한계가 무너지고 눈앞에 무한한 노란 물결의 대자연이 펼쳐지는 찰나에 맞닥뜨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말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하면, 삼원색 중 하나인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 태도를 갖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로 되어 있다. 황금색은 돈을 상징하며 부와 권위, 풍요로움을 나타낸다. 또 안전한 색채로서 노랑은 조심, 주의를 표시할 때 쓰며, 노랑과 검정의 배색은 명시성과 가독성이 가장 높다. 특히 노랑은 빨강과 초록빛의 혼합으로 초록 파동의 회복효과와 빨강 파동의 자극효과가 혼합돼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두 가지 효과도 포함하고 있다.

이제 민경옥은 상상의 확장에 마침표를 찍고 절제된 본연의 감성을 회복한다.

앞서 말했듯 이 작품 속에는 노랑 속 빨강과 초록이 자리하고 있다. 노랑이 주는 자신감과 낙천성, 그에 따른 공간의 무한 확장을 빨강과 초록이 "정신 차려"라며 잡아주고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의 '백미'이자 '화룡점정' 혹은 '작가적 한 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면 상단에 길게 쭉 그은 '선'이다. 이 '선'은 다름 아닌 무한 상상이 불러올 수도 있는 파국을 미연에 막고 있다.

크레타 섬에 갇힌 다이달로스가 깃털과 밀랍을 이용한 날개 두 쌍을 만들어 아들 이카루스에게 주며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이카루스는 이를 무시해 바다로 추락한다는 신화 속 이야기의 교훈을 새겨보자.

민경옥은 내면의 자유와 열정에 이끌려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신나게 뛰며 춤추는 듯한 기분과 심장이 고동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노랑'으로 한껏 표현했지만, 또한 현실적인 절제미를 살려 작품 속에 '경계의 선'을 그었다. 선을 그을 때 작가가 이 점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적 행위였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