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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와사람들

[이정웅의 노거수와 사람들] 영천 만불사 보리수 - 2013.10.03
아트코리아 | 조회 1,902

[이정웅의 노거수와 사람들] 영천 만불사 보리수
깨달음과 지혜의 나무…온실 갖췄으면

 


1995년 10월 8일 자 모 일간지를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빛바랜 신문지 한 장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까닭은 ‘보리수 5대(五代)’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기사(이규태 코너)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인도 관광성장관 일행이 부다가야의 보리수를 기증하여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곁에 심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부다가야에 있는 보리수는 부처님이 처음 득도한 나무가 아니다.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소카왕(Ashoka`재위 BC 273~232)은 불교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땔감으로 쓰기 위해 잘라 버렸다. 훗날 불교로 개종하면서 베어낸 곳에서 돋아난 나무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후 시바신을 믿는 왕이 집권하면서 다시 베어지고 독즙으로 죽이기를 거듭한 끝에 12세기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1863년 이 지역을 통치하던 영국의 커닝검 장군이 일대를 복구하면서 스리랑카로부터 분지(分枝)하여 심은 것이 현재 부다가야의 보리수다. 아소카왕이 공주를 스리랑카로 시집보내며 가지를 꺾어 왕궁에 심도록 했던 것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다가야의 보리수는 맨 처음 부처님이 득도한 나무의 증손자(曾孫子)다.

보리수는 지구상에 3그루 남아 있다. 성지 부다가야, 스리랑카 이외 미국 하와이다. 19세기 말 하와이의 카메하메아왕국의 포스타 부인이 불교에 귀의하여 스리랑카로부터 가져가 오하우섬 포스타식물원에 심어 놓은 것이 그것이다. (1995년) 우리나라에 가져오는 보리수는 원래 나무의 5대, 즉 고손자 나무다.”

몇 년 전 나는 이 신문을 들고 통도사를 직접 찾았다. 종무소에 가서 심어 놓은 곳을 물었더니 장소는커녕 이러한 사실조차 없다고 했다. 오보(誤報)일 수도 있으려니 했으나 무척 아쉬웠다. 그 후 잊고 있었는데 김상기 선생이 영천 만불사에 스리랑카로부터 옮겨 심은 보리수가 있다고 해서 함께 찾았다.

안내판에는 ‘1994년 스리랑카의 대통령과 종정 스님이 만불회 회주 학성 스님께 진신사리 5과와 함께 기증한 것으로 아유타사에서 가져왔다고 했다’며 기증받을 당시의 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19년이 지났지만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나라 자생종 보리수나무과의 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a)도 심어 놓았다.

스리랑카에서 온 뽕나무과의 보리수(Ficus religiosa)와 구별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보리수(菩提樹)라는 이름으로 법주사, 동화사 등 큰 절에 심어진 피나무과의 찰피나무(Tilia mandshurica)도 있다. 부처님이 득도한 보리수와 아무 관계가 없으나 크게 자라고, 잎 모양이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점이 나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따라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우리나라 자생종 보리수는 ‘보리수나무’로, 절에서 부르는 찰피나무는 ‘보리수’로, 인도에서 들어온 보리수는 ‘인도보리수’로 구분해서 불렀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보리수를 현지에서는 보오(Bo) 또는 반얀(Banyan), 피팔(Pipal)나무, 스리랑카에서는 볼디나무, 피팔나무, 아라카나무, 말레이시아에서는 보들, 피팔나무, 태국에서는 포오(Po)나무로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보리수나무과로는 겨울에 잎이 지는 보리수나무, 상록의 보리장, 보리밥, 큰보리장나무 등이 있다.

최근 인도와 교역이 확대되면서 보리수를 많이 들여오고 있으나 잎끝이 꼬리처럼 가늘고 긴 것이 아니면 진짜 보리수라고 할 수 없다. 불교에는 3대 성수(聖樹)가 있다. 즉 인도보리수 이외 부처님이 태어난 곳의 ‘사찐나무’, 돌아가신 곳의 ‘사라수’가 그것이다.

인도보리수는 지구 상 수십만 종의 나무 중 유일하게 위대한 사상가를 탄생시킨 성수이다. 가까운 영천에서 부처님의 성령이 깃든 나무를 볼 수 있음은 행운이다. 다만 겨울을 나기 위해 해마다 비닐로 덮는다고 하니 차제에 온실을 짓고 다른 두 성수도 함께 심어 부처님의 가피가 온 누리에 퍼지도록 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ljw16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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