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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와사람들

[이정웅의 노거수와 사람들] 도산서원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금송(金松) - 2013년 08월 29일 -
아트코리아 | 조회 989

[이정웅의 노거수와 사람들] 도산서원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금송(金松)


금송 서원 밖 이식 결정 아쉬워

 

도산서원 경내에 있는 금송을 두고 말이 많다. 논쟁에 불을 지핀 분은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이다. 스님은 시론(매일신문 2013년 8월 8일 자)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1970년 12월 8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산서원 성역화사업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금송을 옮겨와 심었으나 말라 죽었다. ‘현재 금송은 그 후 1973년 4월 22일 새로 심은 것’이다.

천 원짜리 지폐(구권`舊券)에도 등장하는 금송이 일본을 대표하고 일본 왕실과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비판이 일어나자 안동시가 딴 곳으로 이식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신청했으나 ‘대통령 기념식수’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 후 문화재청은 다시 심었다는 내용의 표지석을 새로 세웠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아니라면, 굳이 도산서원에 금송이 있을 필요가 없다.  

문화재청이 ‘대통령 기념식수’란 이유로 안동시의 요구를 승인하지 않는 행위는 부당하다. 따라서 이 행정처분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이 점을 명백하게 하기 위해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았다.”  

혜문 대표는 스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우리 문화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일을 해오고 있는 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나무와 더불어 살아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스님의 의견과 좀 다르다.

스님의 지적처럼 금송은 일본이 원산지이나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1천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1년 7월 5일 충남 부여 송산리에서 백제 제25대 무령왕(재위 501~523년)의 능이 발굴되었다. 이 발굴에서 많은 유물이 출토되어 찬란했던 백제 문화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물 중에는 왕과 왕비의 시신을 감쌌던 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널의 재질을 분석했던 박상진 교수(‘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2004년)는 널의 재료가 금송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금송이 어떤 경로로 무령왕과 왕비의 널로 사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선진국 백제로부터 문물을 전수받은 일본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자진해서 보냈거나 아니면 백제가 직접 수입해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무를 심어보면 아무리 정성스럽게 심는다 해도 현지에서 캘 때에 뿌리가 상했거나 심은 후 물을 제때에 주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생긴 병충해로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동일한 나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나무를 대신 심을 수밖에 없다.

공교로운 것은 최근의 사례도 안동에서 있었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여 구상나무를 기념식수했다. 그런데 이 나무 역시 고사해 처음 심은 것보다 작은 나무를 골라 새로 심었다.

그보다 먼 사례는 호남의 명소 소쇄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소쇄원은 우리나라 제일의 민간 정원이다. 조선 중기 정암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죽자 선생의 제자 양산보가 은둔하기 위해 조성한 원림이다.

그는 정자 들머리에 대봉대(待鳳臺)를 짓고 벽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고사되자 후손들이 대를 이어 새로 심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지켜가는 것을 보면서 도산서원의 금송이 특별히 비판받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혹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을 스님이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스님의 순수한 의도가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후 보도에 의하면 서원 밖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본 고유수종이 우리 전통 나무 문화를 훼손한 사례는 금송 한 종류만이 아니다. 오히려 가이즈카향나무가 더 심각하다.  

미래세대의 주역이 공부하는 학교에 일제강점기에 심은 가이즈카향나무가 해방된 지 68년이 지난 지금도 버티고 있고, 심지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적지에도 있다.  

굳이 스님이 일제의 잔재를 없애고 우리 전통 나무 문화를 회복하려고 한다면 금송뿐만 아니라, 전국에 심어진 많은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내는 작업도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구생명의 숲 운영위원(ljw1674@hanmail.net)

- 2013년 08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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