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18-06-20 17:51

언론

[기고] 가로수 잘 보존해 ‘폭염도시’ 오명 벗어야
아트코리아 | 조회 701
대구시가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대구창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조경제, 문화융성, 안전복지, 녹색환경, 소통협치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시정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 ‘녹색환경’이 선정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잘 조성된 녹색환경도시는 시민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1~2기 민선 시정부는 담장허물기, 쓰레기매립장 수목원 조성 등으로 전국 모든 도시의 모범이었다. 그러나 그 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오히려 후발주자였던 광주와 울산시가 대구를 앞질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특히 현재의 큰 가로수를 단순히 민원(民願) 때문에 잘라내거나 작은 나무로 교체하는 현장을 보면서 먹먹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때는 인도 폭 5m 이상 도로는 두 줄 심기를 강조했고, 주간(株間·나무 간)거리도 산림청의 8m 규정을 무시하고 도심지는 6m로 조정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이의제기와 간판이 가려 영업에 방해된다는 상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약전정(弱剪定)을 실시했다.

도로변에 아파트를 지을 때 같은 수종의 가로수를 한 줄 더 심게 했다. 그 결과 ㎞당 가로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가 되었다. 도심일수록 나무 심을 필요성이 증대되나, 비싼 지가(地價)로 심을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특히 플라타너스 관리에 힘을 쏟은 것은 수관(樹冠)이 커서 녹음이 짙을 뿐만 아니라 공해에 강하고 전정을 했을 경우 가지가 빨리 돋아나는 특성을 감안했다. 플라타너스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3.0g/㎡로 느티나무 9.0g/㎡, 은행나무 6.6g/㎡에 비해 월등히 많고 단위 면적당 하루 산소생산량도 8.4g으로 느티나무 6.4g, 은행나무 5.5g에 비해 많으며 하루 평균 잎 1㎡당 664㎉의 대기 중의 열을 흡수하는데 이는 하루에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2005 국립산림과학원, 2015 산림청 도시숲)

땅에 떨어진 플라타너스의 열매를 밟으면 솜털이 날린다는 시민들이 있어 한때 다른 나무로 교체할 것을 검토했으나, 파리와 런던을 가보고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가로수가 플라타너스이고, 영국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엄 궁전 앞의 가로수도 플라타너스였다. 

민원이라고 다 수용하기보다 공동체가 향유해야 할 것은 비록 소수 시민이 불편하더라도 설득해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들도 그 점을 이해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부기관도 도로표지판, 신호등이 가린다고 나무를 탓할 것이 아니라 런던이나 파리처럼 나무를 크게 키우는 데 지장이 없도록 시설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성한 가로수는 그늘을 드리우고 원색적인 간판을 가려 도시미관을 오히려 향상시키는 역할도 한다.

수종선택에 있어서도 도심지는 녹음과 공기정화 기능이 높은 수관(樹冠)이 큰 나무로 하고, 외곽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위해 단풍나무나 화목류(花木類)로 할 것과 은행나무는 반드시 수나무로 심을 것을 제안한다.

이와 아울러 벽면녹화, 옥상녹화도 더 확대하고 물산업 선진도시답게 도심에 분수, 벽천(壁泉) 등과 함께 실개천도 늘릴 필요가 있다. 민간 건축물의 유리벽도 복사열을 저감하는 건축 자재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소위 ‘대프리카’로 불리는 ‘폭염도시’의 오명을 벗는 것도 대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 방법인바 녹색환경도시 건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의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철저히 보존해야 한다.
이정웅 前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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