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18-06-20 17:51

언론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금호강'] <중>생태와 역사관광의 테마옷을 입히자
아트코리아 | 조회 824
수달이 반기고 역사가 흐르고 체험도 즐겁게

금호강 안심습지. 정비사업 이후에도 본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한 시민이 금호강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금호강의 생태와 레저를 활성화 하고 역사 유적을 발굴해 스토리를 입히면 대구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지난해 금호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한 돌무덤형태의 수달집 주변에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이동한 흔적이 눈밭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대구 신천과 금호강 사이에는 수달이 최소 14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최근 2년여간 진행된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대구 도심의 허파기능을 회복한 금호강이 올해 새 변곡점을 맞는다. 이번 정비사업으로 금호강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선 획기적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금호강이 온전히 시민의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적잖은 숙제가 남아 있다. 우선 보기 좋게 단장된 금호강변에 ‘생태관광지’라는 녹색옷을 입히는 일이 필요하다. 금호강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시설에 역사적 스토리를 덧입히는 일도 이참에 시도해볼 만하다. 대구시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보존상태 좋은 습지엔 재두루미·연꽃 장관 연출…하중도는 수달·고라니·너구리 서식 “생태계 보고”
왕건길·아양루·압로정 등 스토리텔링 상품가치 높아…“금호강이 관광자원 부족한 대구의 해결사”

◆생태관광길로 바꿔야 

말끔히 단장된 금호강 주변을 생태관광지와 연계시키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단 다행인 점은 이번 정비사업에서 안심습지 등이 천연습지의 본래 모습을 크게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개발의 유혹을 뿌리치고 본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정비가 이뤄진 것이다. 달성습지에는 몇년전부터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재두루미 수십마리가 날아오고 있다. 4대강 사업이라는 대역사가 진행됐지만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는 상태에서 지역 환경단체가 먹이까지 제공하면서 가능해졌다. 

율하천과 합류지점인 팔현습지에는 버드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철새 서식지가 방해받지 않도록 인근 고모재에는 은폐형 관찰데크를 설치해 놨다. 

금호강 상류 안심차량기지 주변의 연근재배단지에는 6∼7월이면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단지와 이어진 안심습지에 유량이 많아지면 습지 일부가 유실될 것을 대비해 파랑방지용 수생식물을 대거 식재하는 선에서 정비를 마쳤다. 대구시는 이곳에 있는 연꽃, 연근 재배단지를 구심점으로 생태체험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침산습지는 갈대숲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동물 보금자리로는 안성맞춤이다. 각종 동식물의 보금자리, 먹이활동, 휴식공간이 위협받지 않도록 기존 폐쇄형 습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집중호우시 어류의 피난처, 안정적인 개체증식의 공간이 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당초 대구시는 신천 합류 지점에 저수로 설치와 인공 습지 조성을 계획했지만 포기했다. 서재습지는 기존 갯버들군락지를 활용, 버들자연생태학습장으로 생태관광의 판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구시 시설관리공단 하수처리장이 들어선 곳에는 상대적으로 수면 온도가 따뜻해 어류가 많이 모여들면서 동물의 발걸음이 잦다. 

상동교∼가창방면에는 야간에 고라니, 너구리도 자주 목격된다. 조류로는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도 눈에 띈다. 

북구 노곡동에 위치한 하중도는 수달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돌무덤형식의 수달 집 15곳이 새로 마련됐다. 대구시와 환경단체가 지난해 금호강 일대에서 수달 분비물을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 수달이 14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라니도 최대 7마리 살고 있다. 이외 너구리, 살쾡이, 다양한 동식물이 둥지를 틀면서 일약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회장은 “동물 서식을 방해하는 강변 문화행사는 최소화하고, 축제를 열더라도 특정장소에서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강변 주변 수풀을 제거하면서 텃밭을 조성하는 행위도 단속해야 한다. 지자체도 산란기인 봄철에는 하천 준설 작업을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적지에 스토리 입히자

생태관광에 덧붙여 금호강변에 산재한 알려지지 않은 옛 유적지를 발굴, 복원하는 일도 대구시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역사시설물에 스토리까지 덧입히면 부존 관광자원이 없는 대구에는 금상첨화다. 관광자원의 활용가치가 확 달라진다. 

관심있게 봐야 할 유적지로는 일단 아양교 부근 금호강 구릉에 위치한 누각인 ‘아양루’를 들 수 있다. 영남지역 사림후예가 광복 이후에도 자주 찾아 시문을 지으며 풍류를 즐긴 곳이다. 중국 진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의 고사가 전해진다. 고층아파트와 빌딩에 묻혀 있지만 숨겨진 보물을 찾듯 아양루를 보는 재미는 제법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강과 불로천 합류지점인 검단동 왕옥산 구릉지에는 조선시대때 영남 제1의 정자였던 ‘압로정’이 있다. 주변경치가 수려해 경상도 관찰사가 부임하면 자주 들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사라진 유적도 많다. 압로정옆에는 소유정(小有亭)이라는 정자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동변동 금호강변에 있었다는 정자 세심정(洗心亭)도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지천철교 인근 절벽바위에 있었다는 ‘관어대’는 절벽에서 고기를 바라보던 정자였다. 대구 최초사원인 연경서원도 지금은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지금의 강정고령보 인근에 있었다는 정자 ‘부강정(浮江亭)’도 복원이 필요하다. 과거 유림이 금호강 하류 압로정에서 배를 타고, 동화천에 정박한 뒤 말을 타고 연경서원을 찾았다는 얘기가 있다. 

동화천 하류와 금호강 합류지점인 유니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인근엔 화담마을이 있다. 붉은색 진달래가 만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때 최동보가 이끌던 대구의병이 왜적을 격퇴해 첫 승전보를 전한 곳이다. 지금은 소 축사가 밀집돼 있어 악취와 수질오염의 근원이 되고 있다. 대구시가 더 훼손되기 전에 이 사유지를 매입해 서둘러 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변천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인‘전탄(箭灘)’지역은 과거 왕건과 견훤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화살을 쏴 하천이 온통 화살로 뒤덮였다고 해 ‘살내’로 불린다. 스토리텔링작업지로는 적격이다. 

이정웅 ‘달구벌 얼 찾는 모임’ 대표는 “압로정은 현재 관리가 제대로 안돼 대구시 문화재로 지정돼야 한다. 금호강 하중도에는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해 체험학습장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왕건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안심습지, 율하천, 팔현지구, 앞산 등을 하나의 역사스토리로 묶어 관광자원화하는 일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왕건길 스토리텔링작업은 동구청의 주관 아래 팔공산 일대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금호강과 연계하고, 동구뿐 아니라 대구 전역으로 스토리텔링화 작업의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구시는 지역 관광의 축이 중구 근대골목사업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 조금씩 포스트 관광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새 관광축 중심에는 수십년 만에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금호강이 자리잡고 있다. 금호강의 활용가치가 높다고 보고, 생태와 역사관광지로의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금호강 자전거길과 습지 등 생태환경을 적극 활용하면서, 개별시설물보다는 테마별로 접근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왕건길 스토리텔링 작업과 연경서원 복원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금호강이 대구의 새 관광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내 계획을 수립해 적어도 내년도부터는 점차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글=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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