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    업데이트: 18-06-20 17:51

언론

[책과 사람] '대구수목원' 펴낸 이정웅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 이사
아트코리아 | 조회 759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한 최초 수목원 초·목본 45만 그루 자라는 울창한 숲


지은이 이정웅 씨가 대구수목원 개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성사업이 완료된 대구수목원 모습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한 대구수목원이 5월 3일로 개원(開園) 15주년을 맞이했다.

대구수목원 부지는 1986년 12월부터 1990년 4월까지 생활쓰레기 410만t을 18m 깊이로 매립한 곳으로, 1996년까지 방치되어 있었다. 대구시는 시비 60억원과 국비 43억원 등 총공사비 103억원을 투입해 그 땅에 1996년부터 수목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5월 3일 24만4천630㎡(약 7만4천 평)에 보유 수종 1천500종(초본류 1천100종, 14만 포기-목본류 400종, 6만 그루) 규모의 대구수목원을 개원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한 수목원이다. 현재는 초본 1천300종에 30만 포기, 목본 450종에 15만 그루가 있으며, 연평균 200만 명(2016년 기준)이 찾는다. 면적도 24만6천503㎡로 다소 넓어졌다.

◆개원까지 어려움 교훈으로 삼았으면

대구수목원은 전국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수목원이다. 계절별 다양한 식물전시 및 이벤트로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생태학습장이 되고 있다. 또 다양한 식물자원을 수집, 보전하는 공간으로 관련 분야 연구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수목원 개원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책 '대구수목원'은 수목원 조성 당시 대구시 임업시험장장과 대구시 녹지과장을 역임하며, 수목원 조성 계획을 설립하고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던 이정웅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 이사가 대구수목원 개원 과정의 여러 역경과 수목원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지은이는 "대구수목원을 개원하고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수목원 개원 이후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맞닥뜨렸던 난관에 대한 사후 평가나 향후 대구수목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이 책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대구수목원 20년사'를 발간할 생각이다. 이 책이 향후 쓰레기 매립지에 공원이나 수목원을 조성할 때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언론의 반발과 비판

1997년 4월 7일 대구시 확대간부회의에서 '대곡 매립장에 수목원 조성 계획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시작으로, 수목원 조성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그해 6월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이 조건부 결재를 했고, 8월에는 수목원 조성 기본계획수립 용역안을 심의위원회에 부의했다.

그러나 1단계 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난 뒤인 1998년 3월 지역의 한 환경단체가 "대곡수목원 조성계획의 무모성, 무지성, 허구성을 발견하고, 시당국이 예산을 함부로 낭비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수목원 조성계획을 전면 취소하라"고 반발했다. 6월에는 대구의 한 일간지가 '대곡매립장 수목원 조성 현실성 없다'라며 크게 기사를 게재해 비판했다. TV 방송국도 '유해가스' '침출수' '지반침하' 등 비판 보도를 이어갔다.

지은이는 "당시 신문과 TV, 라디오로 수목원 조성사업을 접한 시민들은 대구시의 계획이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근 농민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건설부지 잔토를 이용해 기반을 조성하고,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원들과 경북대 환경녹지연구소가 검증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어떤 방송사는 법규정을 잘못 알고 불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비판을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었고,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설득해가며 사업을 진행했다.

◆문희갑 시장과 시민들의 지원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적극적인 지원자였다. 선진국 수목원을 예로 들며 동선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조성 초기부터 시민들에게 울창한 느낌을 주기 위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시민들 편의와 휴식을 위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일일이 챙겼다.

지은이는 "규모가 크든 작든 하나의 일이 완성되는 데는 전 우주가 힘을 보탠다고 한다. 황량했던 쓰레기 매립장이 푸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시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응원과 지원도 큰 힘이 됐다. 92종 1천180포기의 선인장을 기증해 주신 정주진 씨, 250여 점의 고급 분재를 기증해 주신 고 박상옥 씨의 합부인 김경자 여사, 보물처럼 아끼든 600여 점의 수석을 기증해 주신 문기열 씨 등 잊지 못할 분들이 많다. 시민들이 기증해주신 식물과 물품들을 금액으로 계산하면 억대가 넘었다. 그런 점에서 대구수목원은 대구시 정부와 시민이 함께 만든 대구정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고 회고한다.

◆일 따로 직함 따로, 기술직의 슬픔

지은이는 1996년 10월 11일부터 1999년 6월 7일까지 2년 8개월 동안 수목원 조성 사업에 참여했지만 공식 직함은 임업시험장장(長)이었다. 현재의 수목원 관리사무소는 2002년 3월 30일 자로 수목원 관리사업소로 승격됐다. 그 이전까지는 대구시 묘포장, 대구시 양묘사업소(1987년 이후) 혹은 대구시 임업시험장(1996년 이후) 등으로 불렸다.

지은이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직사회에서 기술직은 천대(?) 받는 분위기였다. 같은 기술직이라도 특히 산림보호와 도시녹화를 담당하는 임업직은 더 소외돼 있었다"고 말한다.

"녹지와 산림행정을 총괄하는 녹지과장(4급)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임업직 공무원이 맡는 것이 당연함에도 늘 행정직이 차지했고, 5급인 녹지계장과 산림계장만 임업직이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다른 직렬보다 임업직은 승진이 늦었고, 불만도 있었다."

이정웅 이사는 1999년 6월 임업시험장장에서 대구시 녹지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당시 심정은 4급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퇴직하더라도 수목원 조성 사업을 내 손으로 마치고 싶었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5급까지 됐으니 그만하면 됐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 사업만큼은 내 손으로 반듯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구수목원 조성에 소신과 애착이 컸다. 인터뷰 중에 그는 대구수목원을 더 잘 가꾸고, 발전시켜 가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거듭했다.

◆면적 3배 이상 넓히고 테마도 다양하게

대구시는 2019년까지 총사업비 196억원을 들여 현재 24만6천503㎡인 대구수목원을 77만5천630㎡로 3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개원 이후 15년 동안 꾸준히 식물종과 개체 수를 늘려온 데다가 식물이 자라고 번지면서 상대적으로 시민 휴식공간이 부족해졌고, 더 많은 식물종과 테마원을 기대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대구수목원 확장사업을 위한 토지 보상에 착수, 2016년 말 현재 40%의 보상을 완료했다.

확장사업으로 대구수목원 테마원은 더욱 다양해진다. 100여 가지 열대 수종을 갖춘 열대과일원(800㎡)을 새로 짓고, 수목원 입구 주변에는 6천㎡ 면적의 서양잔디광장을 조성한다. 식충식물관찰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300㎡ 규모의 비닐온실 1동에 전 세계에서 가져온 다양한 식충식물을 심는다.

아시아 고산대에서 서식하는 희귀식물종으로 고산식물원(2천㎡)을 꾸미고, 나라꽃 무궁화원(9천㎡), 덩굴식물원(1천500㎡)도 조성한다. 또 3천㎡ 규모의 계절테마원을 조성하고, 산책로도 대폭 확충해 하늘관찰길(25m 데크), 힐링 숲길(2.5㎞), 명상 숲길(3㎞), 숲속체험놀이공간(2천㎡)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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