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    업데이트: 22-09-25 09:02

언론&평론

[내가 읽은 책]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민음사) 매일신문 _ 2017.8.5
아트코리아 | 조회 748

[내가 읽은 책]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민음사) 매일신문 _ 2017.8.5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민음            

글 : 우남희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그림 : 이현희 작  '희망'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딸이 대학원에 진학할 거라는 말이 생각나 잘 다니고 있느냐고 하니 취업준비 중이란다. 담담하게 말을 하지만 지켜보는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된다.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하지 못해 졸업 연기를 신청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한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일자리 창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1948년에 발표된 '세일즈맨의 죽음'은 21세기 이런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희곡 작품으로 삶의 무게가 녹록지 않은 그래서 한없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다.

윌리 로먼은 성실하고 인기만 있으면 잘 될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35년 동안 새로운 지역을 개척해 회사의 노른자로 만들지만 늙었다는 이유로 봉급을 받지 못하고 해고당한다.

마지막 한 번만 넣으면 25년 동안 넣던 주택할부금이 끝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할부가 끝나니 차는 폐차 직전에 이르고,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지붕수리 등등 돈이 들어가야 할 곳들이 늘어난다. 생활비 마련이 요원한 윌리는 찰리에게 돈을 빌려 봉급이라고 내놓는다.
윌리는 외지를 떠돌다가 집에 온 아들 비프에게 젊은 날을 낭비한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비프는 학창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이름을 날려 여러 학교에서 러브콜이 들어오자 자만심으로 공부에 소홀해 낙제를 받는다. 아버지에게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갔다가 다른 여자와 불륜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그 후, 의욕 상실로 하는 일마다 되지 않고 절도죄로 복역까지 하기에 이른다. 둘째 아들인 해피 역시 듬직한 아들이 아니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바람둥이다. 아버지의 짐을 덜어줄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 모두 제 앞가림마저 하지 못하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친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죽은 형인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한다. 그런 아버지의 중얼거림을 듣고 염려하는 비프에게 어머니인 린다는

“1천100㎞를 달려서 가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반겨주는 사람도 없어. 동전 한 푼 벌지 못한 채 다시 1천100㎞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니?”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한 인간이야.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라고 말한다.

삼부자는 새 출발을 위해 각오를 다진다. 비프는 과거의 직장 상사를 찾아가 자금을 융통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윌리는 뉴욕 본사근무를 요청하겠다고, 해피는 결혼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결국 윌리는 마지막 할부금과 자신의 생명보험금을 비프에게 주기 위해 죽음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그런데 이제 집에는 아무도 없어요. 이제 우리는 빚진 것도 없이 자유롭다고요.”

린다의 말이 텅 빈 하늘에 울려 퍼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책을 읽으면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남희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