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24-02-26 11:08

언론&평론

이영식 화가, 실존 투영하는 날카로운 스케치로 보편적 초상 말하다
아트코리아 | 조회 524
이영식 화가, 실존 투영하는 날카로운 스케치로 보편적 초상 말하다
 
추상적 초기 작업 거쳐 '이미지' 작업
시시포스 형벌의 바위 대신 불안정적
인물 실루엣 통해 부유하는 형상 그려
건조·시니컬 회화 장치로 개성 '표현'
실존 상황의 표출·신랄한 야유 돋보여
인간 존재 대한 날카로운 성찰 '눈길'



경북신문=서인교기자] 경북신문이 영남의 예술가 회원 작가들의 근황과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이영식 작가는 고대 신화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으로 자의식과 현대인의 보편적 초상을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영식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의 이력을 살펴본다.

◆ 이영식의 회화세계

이영식 작가는 신화에 대한 접근을 통해 삶의 무게를 그림으로 풀어내 보여주는 작가다. 그동안 작가는 일관되게 시시포스 신화의 현재적 의미 해석을 통해 삶의 이면을 응시해 왔다.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자신의 자의식과 현대인의 보편적 초상을 표현하고 있다.

신화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고도의 과학문명과 테크놀로지 시대에 왜 현대 작가들은 여전히 신화에 시선을 두고 인간 실존에 대한 해법의 단서를 찾고 있는가.
 



↑↑ 남과여 - 영원한 화두인 남성과 여성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

신화는 신들과 그들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로 전승된 것으로서 인류 안에 있는 영적 잠재력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그 분방한 상상력으로 인해 예술 창조에도 많은 자극과 단서를 제공해 왔다. 인류 초창기부터 다양한 신화가 형성되어 왔지만, 그렇다면 신이란 무엇인가. 요컨대 신이란 인간의 삶과 우주에 기능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 혹은 가치 체계의 화신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므로 신에 대한 이야기 형식의 신화는 어떤 한 문화권이나 민족의 가치관을 표현한 것이며 나아가 보편적인 인간 본성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는 생존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삶을 세계 속으로 확장하고자 했고 가장 정순한 인간 정신의 표상으로서 신을 상정했던 것이다. 그만큼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인류의 원형질적인 세계관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 신화이고, 따라서 신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언제나 현재성을 지닌다.

작가는 신화 중에서도 인간의 실존 상황을 가장 예리한 비유로 표상하고 있는 시시포스 신화를 조형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신화에 대한 연구와 탐색을 통해 신화를 그림의 테마로 원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이영식 작가의 그림 여정은?

이 작가의 작업 노정은 신화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인간 실존의 문제에 대면해 온 결과로서 일련의 정신적 필연성을 지님을 알 수 있다. 모노크롬 색면 회화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다분히 추상적인 초기의 작업을 거쳐 작가는 인간 형상에 대한 이미지 작업에 열중하게 된다.

일본 유학을 거치면서 작가는 자신 안에 가두어 두었던 인간에 대한 사념을 들추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간의 실상과 허상, 몸과 그림자, 현실과 악몽, 삶의 축제와 실존의 형벌 등에 대한 자의식이 강하게 노출되고, 이후 자연스럽게 시시포스 신화에 접근해 그 신화적 상상력을 재해석해 현실, 삶의 상황을 발언하는 주 모티브로 심고 있다.

이처럼 저승에서 형벌을 받는 시시포스와 불바퀴에 매달린 채 끊임없이 돌고 있는 익시온의 알레고리는 많은 화가 조각가들에게 인간 실존의 상황과 연관해 예술적 형상화의 한 단서를 제공해 왔다. 이영식의 그림은 무거운 바위 대신 자동차 핸들 같은 바퀴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인물의 실루엣이 등장한다.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의 초상이다. 사방 벽면에 갇힌 채 돌아가는 바퀴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인간상들, 그 숙명을 반영하듯 애써 팔을 뻗친 공간에는 또 다른 벽 들이 막고 있다.




↑↑ 결혼 - 연애기간 동안에는 달콤하고 잘 익은 과일을 두 사람이 나누어 먹는 기간이고 ,결혼 생활은 다 먹고 남은 과일의 씨앗을 언 땅에 심어서, 물 주고 정성 들여서 가꾸어서 맛있는 과일을 수확하는 과정이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딸의 결혼식을 치루면서 다시 느끼게 뙤면서 구상한 작품이다

벽인가 하면 그것들은 거대한 캔버스이기도 하다. 생존의 발동기는 거역할 수 없이 돌아가고, 그 바퀴에 한 발을 디딘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인간상도 있다. 발을 헛디디면 공중의 밧줄이 목을 조이고 말 상황에서 원통형 밀폐 구조물 속에 떠 있는 인물의 실루엣은 상황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볍게 부유하고 있다.
 
◆ 이영식 작가는 무엇을 구상하는가?

다분히 문학적인 텍스트를 조형어법으로 번안해 내는데 있어 작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회화적 장치를 구사하고 있다.

첫째, 화면의 평면 공간을 겹겹의 구조물로 입체화 하면서 3차원, 나아가 1차원의 심리적 불랙홀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감을 넘어 인간의 실존 상황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특히 캔버스와 같은 벽면들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심리상황을 엿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둘째, 이러한 공간 변용과 아울러 작가는 그림에서 최대한 물감의 마티에르를 억제하고 필선과 실루엣의 투명성을 통해 몸체의 어깨비같은 인상을 투영해 내고 있다. 인체의 살덩이를 털어 내고 실루엣과 함께 긴 그림자를 떨구어 놓음으로써 현대인의 허상에 대한 이미지는 한 층 배가 되고 있다.

셋째,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과 아크리릭을 주 재료로 하고 있지만, 변형되고 왜곡된 인체와 벽면에 색연필과 연피로 윤곽선을 강조하고 자연의 흔적들을 부가함으로써, 인간존재의 우주적 토포스(장소)를 부각시키고 있다. 요컨대 모든 사람의 삶의 자리가 곧 우주의 중심이지만, 그 한가운데에 여전히 거대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더해 최소한으로 투명하고 얇게 칠해진 청색과 갈색 톤의 색감은 삶의 희망과 절망, 축제와 형벌의 이미지에 상응해 미묘한 아우라 형성에 일조를 한다.




↑↑ life 인스탈레이션 - 고무신읕 현대인을 의미하며 일생을 무명으로 살아가다가 죽음에 이르고, 또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윤회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삶과 죽음도 자연 현상의 일부이다.

이상의 장치는 모티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예술의지의 방향에서 필연적으로 모색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조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일종의 블랙 유머를 뱉아내는 듯한 그의 어법은 하나의 개성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함께 선 보인 인간 연작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색을 쏟아놓고 인간에 대한 정념과 독설을 뱉아 놓는다. 마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대할 때처럼 감각의 논리가 우세하며, 인간 몸의 담론에서 살덩이와 정신의 대극 현상을 다시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도 그 추이를 살펴보면, 결국 인간 실존 상황의 표출이고, 그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신랄한 야유이다.

1995년도의 인상적인 작품 붉은 방에서는 상체가 빠져 나간 여인의 하체와 그림자가 표현되었었다.

붉은 색면의 구성처럼 느껴지는 이번 작품에서 마티에르가 강하게 구사된 인채의 얼굴, 단면들은 육질의 몸뚱이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붉은 방에 갇혀 있는 인간의 한계 상황을 노출하고 있다. 이상으로 살펴보았듯이, 이 작가는 서정성에 안주하는 여타 작가들에 비해 인간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어법을 구사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 이영식 작가의 작품세계

이 작가의 작업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길은 결국은 우주 속의 인간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서 던지는 행위이다. 시간, 공간, 우주, 인간, 남과여, 시시포스의 신화, 인생 등을 작업 테마로 해, 회화, 드로잉, 오브제를 이용한 콜라주, 레이드메이드를 이용한 인스탈레이션, 판화(동판화) 등을 제작해 오고 있다. 현대인의 부재, 부조리, 불안 등 실존의 문제를 표현하며,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이영식 작가는 누구인가?

이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대구가톨릭대 미술대학 회화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경성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신라대 겸임교수, 경북대·대가대·경성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부산시 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대구시전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역임, 대구시전 초대작가 신조미술협회, 대구미협, 청백여류화가회, 수성구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는 국내외에서 개인전 13회, 국내외 화랑미술제 8회, 280여회의 해외 국내 초대 단체전에 많은 작품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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