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3    업데이트: 24-03-07 09:52

CRITIC

부채 위 사군자로 피워낸 문인화의 정수 - 대구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1,194
석경 이원동 개인전
오늘부터 갤러리예움
실험성보다 편안함 치중
“스스로 힐링한 작업”
작품 1점당 30만원 책정
합리적 가격 소장 기회
 

석경 이원동하면 부지런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화가다. 해마다 개인전을 열며 기염을 토해왔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실험성이다. 이는 창의성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일단 재료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돌을 재료로 직접 만든 석경표 석채(石彩)로 그림을 그린다.

같은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유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해마다 전혀 다른 화풍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전시 이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녹록치 않은 화업을 보여주고 있는 석경 이원동이 이번에는 부채그림으로만 전시를 꾸민다.

이번 전시에는 검은 매화로 태어남과 죽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각각의 존재에 대한 탐구라는 묵직한 주제를 드러냈던 지난 3월에 열린 개인전과 달리 힘을 좀 뺐다. 주로 하던 대작이 아닌 부채그림으로 일단 그림의 규모부터 편안하다.

여기에 석경 특유의 실험성은 빼고 전통 문인화의 정수만 담아 편안하다. 또 200여개의 부채를 통해 부채 그림의 다채로운 조형성을 한 눈에 조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큰 기대감은 그림의 가격이다. 부채 1점당 30만원에 석경의 그림을 소장할 수 있다. 그는 “영남문인화의 정통성에 나만의 조형성이 가미된 문인화를 부채에 녹여냈다”며 이번전시를 소개했다.

“정통 영남문인화는 회화를 기반으로 하는 남도 문인화와 다르게 선이 굵고 서예를 기반으로 해 보다 전통적이다. 내 문인화는 석재 선생과 죽농 그리고 천석 선생으로 이어지는 영남정통문인화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나만의 조형성이 가미된다.”

석경은 문인화 소재 중에서도 사군자, 특히 대나무로 명성을 얻어왔다. 1998년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도 대나무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대나무 작품이 예외없이 자리를 지킨다. “내 대나무 그림은 죽간의 기세에 의미는 두지만 잎의 구성을 밀도있게 해 난해한 부분이 많다. 잎 구성의 조형성을 드러내는 것이 힘든데 나는 그 잎의 구성에 역점을 둔다.”

대나무가 그에게 명성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정작 그가 좋아하는 소재는 매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기꺼이 매화그림에 땀방울을 쏟았다. “매화는 꽃도 매력이지만 나뭇가지가 만들어내는 조형성이 멋이다. 매화가지가 서예 문자의 획과 닮았다. 견고하고 당당하고 담담하다. 전서와 예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내 매화는 필묵을 닮아있다.”

서화에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그림 위에 곁들여지는 시문(詩文)인 화제다. 조선시대 선비는 직접 시문을 지어 썼지만 현대에는 유명 문사들의 글을 옮겨 쓰고 있다. 석경은 유명 문사들의 글 대신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을 화제로 옮긴다. 여기에도 개성을 중시하는 그의 성정이 녹아있다.

“대한민국 문인화가들이 모두 유명문인들의 글을 활용하는데 내게는 그것이 의미 없어 보인다. 내 그림에는 어눌하거나 부족해도 내 생각이 담겨야 오롯이 내 그림이 되기 때문에 나는 직접 화제를 짓는다.”

이번 전시는 석경에게 자신과의 사투를 벌여야하는 치열한 창작열 대신 익숙하고 능숙한 붓놀림으로 편안하게 작업한, 스스로를 힐링한 작업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실험적인 작품들이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끝날 때까지 그 생각을 견고하게 쌓아가는 작업이라면 문인화는 생각의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생각을 일으켜 나가는 작업이다. 문인화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전시는 갤러리예움에서 11일부터 20일까지. 053-471-036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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