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    업데이트: 12-07-08 00:52

탐석여행기

사도에는 섬이 많다
이구락 | 조회 1,101

사도(沙島)에는 섬이 많다

 

 

 

첫째날 - 구백식당과 한돌수석

2004년 1월 10일 토요일, 1시 30분에 대구를 출발했다. 구마고속에서 다시 남해고속으로 바꾸어 순천까지 단숨에 달렸다. 중간에 잠시 들린 남강휴게소에서 누가 성스런(?) 노래 테이프를 구해와 듣다보니 어느새 순천IC를 빠져나왔다. 운전의 피로감을 더는 참 좋은 방법이었다. 내쳐 달려 여수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대구를 출발한지 4시간만인 저녁 5시 반이었다. 내일 첫배를 확인하고 가까운 호텔에 짐을 풀고 차량 2대도 이틀간 주차하도록 숙박료를 좀더 지불했다. 부근의 구백식당(전남도별미집 지정업소)에서 향토별미인 서대회, 곰장어내장구이, 금풍쉥이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모두 처음 맛보는 별미였지만, 특히 금풍쉥이는 깊은 바다에 사는 딱돔이란 작은 고기로 귀하고 맛이 좋아 '샛서방고기'라는 해학적 별명으로 불리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서대회는 남해 미조의 갈치회처럼 막걸리를 발효시킨 식초로 버무린 무침회였는데 가격이 싸고 맛이 새콤하면서도 담백했다. 여행에서 그 지방의 별미를 맛보는 것은 미식가의 식도락이 아니라 여행자의 향토문화 맛보기, 즉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즐거움이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혼자 빠져나와 미평동 한돌수석을 찾아갔다. 예상과 달리 해석보다 남한강 강돌 등이 더 많았고 외국돌도 군데군데 있어, 남해 바닷가 수석가게라는 깔끔한 이미지가 깨어졌다. 그러나, 밤늦도록 배상옥 사장님 내외분과 나눈 석담에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두 분 모두 석력이 30년이 넘는 수석인이었고, 또 명함을 보니 배사장님은 여수 동백수석회의 회장이었다. 젊은 시절 며칠씩 내외분이 남한강 탐석을 하였고, 지금도 가까운 곳에 있는 주택 마당에 그때의 돌들이 쌓여있다고 하였다.(이 대목은 초심님이 그후 직접 방문하였으므로 후일담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수 부근의 석질과 탐석정보도 어느 정도 눈에 익히고, 방문기념으로 돌산 구갑석과 세포 꽃돌 하나씩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덤으로 주시는 고흥 점암 구형석, 구갑석 소품, 석질파악용으로 만성리해수욕장 문양석 등을 염치 불구하고 받아 일어서니, 마침 사모님이 시내 볼일이 있다면서 숙소까지 차를 태워주었다. 겨울답지 않은 밤바람이 풋풋한 남도의 인심과 섞여 기분좋게 불어왔다.

둘째날 - 사도(沙島)는 용궁가는 길이다

11일 일요일, 여객선은 정확히 새벽 6시 10분 여수항을 출발하여 돌산대교를 지나 가막만의 야경을 보여주며, 낭도에 잠시 머물고는 7시 30분에 맞은편 사도에 닿았다. 방파제에 올라서자마자 우리를 맞은 것은 동해보다 서정적인 다도해의 고운 일출이었다. 일출을 보고 돌아선 사도의 첫인상은 많은 돈을 투자한 철지난 피서지의 황량한 느낌이었다. 어설픈 대형 공룡 한 쌍과 남국의 야자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겨울누더기를 두른 채 창백하게 서있는 짧은 마을길, 작은 어촌에 어울리지 않는 최신식 선박형 터미널과 섬을 잇는 멋대가리 없는 다리, 아, 대한민국 관리들의 무대뽀 심미안이여. 그러나 이 몇 가지 지적 외에는, 사도는 충분히 아름답고 이색적인 섬이었다. '모세의 기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갈라짐현상(음력 2-5월 보름때 7개의 섬이 ㄷ 자형으로 연결됨)은 물때를 맞추어야 밟아볼 수 있는 "용궁가는 길"의 체험이겠지만, 추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매일 물이 썰면 건너다닐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
민박을 정하고 나니, 주인 어른이 그물 걷으러 바다에 나간다고 해서 4명이 술병을 들고 따라나섰다. 요즘 근해 고기잡이는 대부분 부부가 함께 하는 실정이라, 할머니가 주로 그물을 당기고 할아버지는 그물코를 벌리고 고기를 떼어내는 일을 하신다. 그물에 걸려 죽은 고기는 따로 통에 담고, 산 것은 배 바닥의 수조에 던져넣었다. 섬 사이의 얕은 바다라서 그런지 씨알은 잔 편이었고, 어종도 단조로웠다. 그러나 어른 팔 길이만한 농어 한 마리는 모두 들고 기념촬영을 하였고, 할아버지가 떠 주시는 회는 가져간 술을 아껴가며 먹었으나 이내 동이 나버릴 정도로 입에 살살 녹았다.
자연산 고기를 놀랄 만큼 싼값에 회, 생선구이, 매운탕으로 점심과 저녁을 연이어 포식하였으니, 어촌 민박 시는 반드시 선주집을 택하라는 교훈을 얻었다. 점심 전에 이미 마을 앞 본도해수욕장과 마을 옆 사도해수욕장을 석질 파악차 한 바퀴 돌아보았으므로, 점심 후 서둘러 얼큰한 술기운도 깨울 겸 본격적인 섬구경과 탐석에 나섰다. 사도와 간도(중도) 사이는 콘크리트 다리가 있었지만, 오늘 만조는 11시 30분이어서 이미 물이 빠져 다리 밑 돌밭을 더듬었다. 공룡 발자국은 선명했으나 돌은 수마 안된 파석뿐이었다. 곧장 시루섬(증도)으로 건너갔다. 간도와 시루섬 사이는 양면바다해수욕장인데, 사도의 3개 해수욕장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돌도 제법 수마가 된 곳이다. 증도는 사람의 옆얼굴 그대로인 얼굴바위, 이순신장군이 거북선 제작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거북바위, 제주도 용두암과 연결되어 있다는 용미암 등 아름다운 전설을 지닌 해안절경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다시 장사도로 가는 바닷길이 열려있었으나 큰 바위 사이로 작은 돌들이 모두 이끼 낀 미끄러운 상태였고, 언제 물이 들지 몰라 건너가지 못하고 주변을 탐석했다. 역시 석질이 약했으나, 이곳에서는 제주도 용암석 같은 기묘한 형상이 날 듯하여 정밀탐석을 하다 한순간 돌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며 손에 들고 있던 소품형상을 부러뜨려 버렸다. 크게 다칠 뻔한 순간이었고, 이내 매력을 잃고 양면해수욕장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탐석했다.
사도는 세계적 규모의 공룡발자국화석과 규화목화석층 등,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단층들이 해안절벽에 나타나있듯이, 침식작용으로 떨어져나온 돌들이 구들장 돌처럼 편편해 구형 해석이 되기 어렵고, 석질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간혹 수마 상태가 양호한 회색 바탕에 먹빛문양의 돌은 격조 넘치는 수묵화 한 폭을 펼쳐놓을 가능성이 늘 상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증도와 장사도 사이의 돌밭은 석질은 약하지만, 제주도 돌 같은 형상석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아쉬운 것은 사도의 석질 파악이 끝나자마자 섬을 떠나야하는 것이었다. 섬을 돌아본 결과, 최고의 탐석지는 마을앞 본도해수욕장이었으나, 다시 탐석할 시간이 없었다.

셋째날 - 임포에서 귀로일석하다

섬이 너무 좁아 1박 후 오후에 나올려던 계획을 바꾸어 아침 7시 30분 첫배로 사도를 떠났다. 갈 때와는 달리 상화도, 하화도, 백야도(이곳 돌을 한돌수석에서 여러 점 보았는데 문양과 석질이 좋았고, 꽃돌 산지인 장등 세포도 이곳에서 마주보였음) 등을 거쳐 여수로 돌아오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다. 여수 여행에는 맛기행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 장어내장탕을 잘한다는 칠공주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갔으나 8인분이 없어 옆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돌산 향일암으로 이동했다. 향일암 주차장에서 내려다보니 손바닥만한 돌밭이 보여, 일행이 암자를 둘러보려 간 사이 돌밭으로 실실 내려갔다. 생각 외로 돌밭이 깨끗하고 석질도 좋았다. 빈손이므로 양 호주머니에 한 점씩 넣어 차로 돌아왔다.
순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대구에 도착, 수성하와이에서 목욕, 인근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나니, 10시 반, 귀가하기 딱 알맞은 시간이었다.

♧ 한돌수석 - 전남 여수시 미평동 / 061-652-5636, 017-621-5636 배상옥
♧ 영주네 민박 - 여수시 여천군 화정면 사도리 / 061-666-9197, 011-637-9197 장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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