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15-01-06 06:32

칼럼

카우치 포테토 族
이구락 | 조회 987

카우치 포테토 族

 

이구락(시인)

 

`카우치 포테토(couch potato) 족'이란 "자기 방에 파묻혀 카우치(소파)에 몸을 기대고 감자칩을 씹으며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몰두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생활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이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크게 유행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머잖아 우리에게도 이 말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요즘 주위에서 눈에 띄게 뚱뚱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현대인의 비만이 일종의 `텔레비전 증후군'이란 진단이 가끔 신문과 잡지에 취급되고 있는 작금의 실정이다. 텔레비전 증후군은 비만의 적신호라는 경고의 의미이다.

 

또한, 아파트와 고급 주택이 늘어감에 따라 골목에서 흙장난을 하며 신나게 노는 개구쟁이 골목대장들을 보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 귀여운 우리들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 아이들은, 피아노학원이나 미술학원 아니면 컴퓨터학원이나 주산학원에서 하품을 하며 마지못해 고사리손을 놀리고 있을 것 같다. 더러는 또 어른이 없는 아파트에서 비디오나 텔레비전에 몰두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기야, 얼마 전에 처형당한 루마니아의 전 대통령 차우셰스쿠도 비디오광이라는, 독재자다운 편집광적인 일면을 보여주었다. 공개된 대통령궁에서 한 방 가득 비디오 테이프가 쏟아져 나왔다고 외신이 전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몇 가지 현상들을 짚어보면, 우리의 아이들 중에서 `카우치 포테토 족'이 얼마나 양산될 지 몹시 두렵다. 아니, 벌써 `카우치 포테토 족'의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더러 눈에 띈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 방에서 혼자 노는 아이들이다.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도 확실히 이러한 현상이 일고 있다는 공감과 함께, 서구의 쓰레기 하나가 또 이렇게 스며드는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별을 바라보고, 동화를 읽고,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는 고도로 발전해나가는 물질문명의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인가. 우리의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놀고, 동화를 읽고 ,별을 바라보며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이미 시대착오일까.

 

 

- 영남일보/칼럼(한소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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