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15-01-06 06:32

칼럼

꿈의 남산
이구락 | 조회 847

 

꿈의 남산     

 

                                                                                                                                              이 구 락 (시인)

 

 

이 제목은 지난 85년 대구 MBC FM의 창작가곡 앨범에 실려있는 노래이다. 작품에 곡을 붙여 음반까지 만든다는 이 소중한 기회를 나는 처음부터 시가 아닌 노랫말을 짓기로 작정했다. 다시 말하면, `꿈의 남산'이라는 시에 곡을 붙인 것이 아니라, 노래를 염두에 두고 시가 아닌 가사를 지었던 것이다. 작곡을 맡았던 정용일 씨는 가사에 나타난 불교적 동양적 세계와 신비감의 표현에 고심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시보다 경주 남산을 노래로 알리고 싶은 욕심이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남산에 완전히 매료되어, 틈만 나면 신왕(본지 문화부장) 형의 `새 신라기'와 카메라를 들고 경주로 달려갔다. 특히 `새 신라기'는 남산을 헤매고 돌아다닐 때 지팡이 구실을 톡톡히 해 주었다. 이 책의 첫부분에 나와 있는 `남산 유적․유물표'에 의하면, 남산에는 절터 103곳, 불상 78체(입체 28, 마애 50), 석탑 63기, 석등 17기, 기타 불상대좌 봉화대 왕릉 정자터 등 모두 307개의 유적과 유물이 널려있다. 남산은 한 마디로 거대한 불교박물관이다. 또한 남산은 향기 높은 예술의 산이요, 신라인이 지상에 구현해 놓은 이상향이며 도솔천이다.

 

남산은 밖에서 바라보면 그저 평범한 야산 같아 보이지만, 산 속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골이 깊고 험준한 남성적인 산이다. 그리고 그 서른다섯 골은 연꽃 피는 부처의 나라다. 이곳에 가면 바위에 새긴 신라인의 꿈과 슬기를 만날 수 있다. 조금씩 달라 더욱 의미로운 부처의 미소를 만날 수 있고, 부처나라로 오르는 구름을 만날 수 있다. 남산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면 예사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만, 멀리 토함산 치술령이나 단석산을 보며 천년을 거스르면 하루해가 쉬 저문다. 저녁연기 한가롭고 황톳길 따라 고적을 답사할 수 있어야 했을 옛 땅을 굽어보며, 우리의 경주는 이미 시멘트로 포장되고 눈부신 신라의 꿈도 거칠게 거리에 나앉아 버렸다는 참담함을 느낀다. 남산도 예외는 아니다.

 

금오산과 수리산을 합쳐 친근하게 그냥 남산이라 부른다지만, 그러나 남산은 너무 흔한 이름이다. 명징하고 시적인 산 이름이 숱한데도 하필이면 그 흔한 남산일까. 그래서 그때 노래 제목을 좀 치장해 보았다.

남산! 아, 꿈의 덩어리여.

 

- 영남일보/칼럼(한소리)․2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