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15-01-06 06:32

칼럼

수학 올림피아드
이구락 | 조회 825

     

수학 올림피아드

 

李 九 洛 <시인>

 

금년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1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가 54개 참가국 중에 32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88년 처음 출전한 이래 우리는 22위, 28위, 32위를 차지하여 중하위권에 계속 머물며 그 순위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개인적으로는 자질이 훌륭하지만 1분 내에 해답을 맞추는 단답식에 젖어있어,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에 적응하지 못해 거의 손도 못 대고 낭패를 당하는 실정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북한도 금년에 처음 출전하여 19위를 차지하여 우리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시중에서는, 북한도 보충수업을 하는 모양이라는 둥, 우리 고등학생들 야간 자율학습 더해야겠다는 둥, 빈정거림과 안타까움이 섞인 농을 많이도 주고받았다.

 

88년의 한 교육자료에 의하면, 과학 학력은 더욱 한심하게 나타나 있다. 초등학생은 일본과 함께 17개국 중에서 1위였으나, 고등학생은 생물과 화학 16위, 물리 13위였다. 해마다 발표되는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 거의 모두가 20대에 들어서면서 연구 테마를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점수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그들은 이렇듯 맑은 눈으로 깊고 멀리 내다본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인문고교의 커리큘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입시 위주로 짜여져 있다. 입학하면서 3년 동안 쓸 교과서를 미리 다 구입하여, 2학년에서 교과서 수업은 대개 끝내버리고 3학년이 되면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비입시 과목은 학년이 올라가면 우물쭈물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는 영어 수학이 차지해 버린다. 수학과 영어는 매일 연습장에 빡빡하게 공부한 흔적을 남겨야하고, 담당교사는 매 시간마다 그것을 검사해야 한다. 이것을 학생들은 <빡빡숙제>라고 명명하고 진절머리를 낸다. 학생들의 사고방식도 자연 영수 중심으로 바뀌게 되어, 과학도 기타 과목으로 전락해 버렸다. 과학실의 빈약한 실험도구가 먼지를 덮어쓰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한 과학 실력의 꼴찌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교육현장에 빡빡숙제와 탐구학습은 공존할 수 없다. 빡빡숙제가 있는 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수학올림피아드에서의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 없다. 설령,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해도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 매일신문/칼럼(매일춘추) ․ (1990.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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