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    업데이트: 12-06-12 17:31

신작시(미발표작)

꿈꾸는 돌
이구락 | 조회 851
꿈꾸는 돌

이구락

비에 젖어 꽃피는 돌밭
주름 깊은, 청록빛 돌 하나
힘 있는 근육 슬며시 풀며
자욱한 물안개로 푸른 산자락 지운다
눈감으면 돌의 숨결 너머 나직이
물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고
바람과 우레, 그 위에 설핏 둥지를 튼다

비 그치고, 눈부신 햇살
다시 내려와 앉자
돌은 돌아누워 서서히 잠들며
꿈꾸기 시작한다
하늘이 그의 잠을 다시 깨울 때까지
깊은 주름 속에 고이는 부질없는 꿈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야위어가며

- <詩, 돌하고 놀자!> 2003년 11월 돌과 그림과 육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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