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꽃 이구락 가을 강변 마른 갈대의 흔들림으로 내 앞에 마주 앉은 너 사랑한다는 말은 건너가지 못하고 다탁(茶卓)위 개망초꽃에 숨는다 네 눈웃음도 건너오지 못하고 개망초꽃에 부딪쳐 너에게로 되돌아간다 정답고 정다워도 우리 사이엔 개망초 개망초 개망초 약 오른 개망초만 하얗고 망설이며 부딪치며 뒤엉키며 그러나 언제나 견고한 너의 순결 밤하늘 쳐다보면 오늘도 별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아 기교만 느는 우리의 사랑아 한 시대의 가장 아픈 곳 외면하며 고개 숙이고 돌아서도 눈앞을 가로막는 개망초꽃 사랑한다는 말만 하얗게 발아래 깔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