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    업데이트: 15-02-23 13:12

그 해 가을

분천지나며
이구락 | 조회 2,109

분천지나며   

                       

                             늘 안개 속에 숨어, 산은

 

밤마다 강의 옆구리 툭툭 걷어차고

그리하여 힘있게 흐르던 강

조금씩 조금씩 더 멍드는 곳,

기차를 타고 태백산맥 이름 모를 산협 감돌아

분천 지나다 보면

퍼렇게 멍들어 저 혼자 깊어가는

강을 만나게 되리라

이따금 물가에 나와 선 춘양목

팔장끼고 생각에 잠겨

강물 굽어보는 모습도 만나게 되리라

기차를 타고 분천 지나다 보면

이 땅의 멍든 속살

서럽게 서럽게 여물어 가는

모습이나, 물이 어떻게 세상을

다스리는지를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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