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    업데이트: 15-02-23 13:12

그 해 가을

강영감네 마당가
이구락 | 조회 849

강영감네 마당가


                                                  이구락

봄이 오면 남새밭으로 변하는

강영감네 마당가,

올해도 어김없이

애기똥풀 상사화 미치광이풀 돋아났다

독초에 독한 아픔 하나씩 열리면

아침마다 일터로 나가는 마을 사람들

하나씩 녹여 품어갔다

가난해서 깨끗한 자들과

깨끗해서 가난한 자들이 이룬

이 화평한 땅, 밤이 되면 바람과 어둠이 돌아와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모여 수군거렸다

마지막 봄이 와도 남새밭으로 변하는

재개발구역 강영감네 마당가,

내년이면 고층아파트 신기루처럼 들어설 자리에

독초들 어여쁜 꽃 피워 생각에 잠겼다

한밤중에도 잠들지 못하는 바람 하나

조용히 일어나 감나무 밑을 지나가고,

강영감 해소기침에 잠 깬

애기똥풀의 잎사귀도 가만히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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