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    업데이트: 15-02-23 13:12

그 해 가을

낮은 위쪽, 물같이
이구락 | 조회 747

낮은 위쪽, 물같이

                                            이구락

물은 낮은 곳으로 밀려가며
더 낮은 곳을 찾아
힘차게 온몸 던져 꿈꾼다
물의 성감대는 늘 낮은 쪽이므로
더 낮은 곳으로 뛰어내릴 때
가장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칠성시장 좌판 앞에 앉아
늘 온몸으로 노래 부르는 김씨 부인처럼,
때로는 구정물이나 맹물 같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도시
구멍가게 박씨 부인처럼

그러나 낮은 곳은 성감대가 늘 위쪽이므로
온몸으로 밀려오는 물을 받아들이며
위쪽이 곧 낮은 쪽임을 느낀다
낮은 위쪽은 물의 통로이므로
우리들 꿈의 열려진 창이므로
우리는 모두 흘러가는 물의 길 보며
물같이 살아가는 게
착하게 사는 일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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