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    업데이트: 15-02-23 13:12

그 해 가을

강으로 가는 길
이구락 | 조회 859

강으로 가는 길

                                             이구락

강은 천천히 우리를 따라왔다
숨죽인 떨림의 손길로
단단한 돌에 형형색색 무늬 새기며
강은 천천히 우리를 따라왔다
산모롱이 돌아들자
마지막 一合을 겨룬 검객의 정지 동작으로
강은 멈춰 서서 노을을 받고 있었다
노을 속에 번지는 물 냄새
강은 아무도 모르게 몸 한번 뒤척이곤
슬쩍, 바위 위로 뛰어올라
꿈꾸는 눈빛으로 젖은 알몸 말리고 있었다
그 옆에 무늬 고운 돌 하나

남한강 목계 여울이었던가
아, 그리운 강물 소리
방안에 가득하니, 돌은 제 무늬 사이
가느다란 길 하나 내고 있다
아득한 길 끝에서 반짝이는
강 노을과 물 냄새,
그 아래 몸져눕는 낯익은 산그늘이
다시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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