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    업데이트: 15-02-23 13:12

그 해 가을

아버지의 뒷모습
이구락 | 조회 834
아버지의 뒷모습

이구락

민들레 노랗게 피어난 봄길
저만큼 앞서서
산을 내려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
훤칠한 키에 늘 보기 좋았던
일흔이 넘어도 늘 정정하시던
아버지의 걸음걸이
아, 오늘은 완연한 노인의 모습이다
어깨가 조금 처지고 보폭도 좁아져
조심조심 내려가시는 저 뒷모습
어찌할거나, 아버지
당신의 길 끝을 향해
저토록 조심스럽게 걸어가신다
낡은 잿빛 중절모 위로
건너산으로 이어지는
황톳빛 길 하나 내려와 앉아
아지랑이 피워 올리며 손짓하는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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