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뒷모습 이구락 민들레 노랗게 피어난 봄길 저만큼 앞서서 산을 내려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 훤칠한 키에 늘 보기 좋았던 일흔이 넘어도 늘 정정하시던 아버지의 걸음걸이 아, 오늘은 완연한 노인의 모습이다 어깨가 조금 처지고 보폭도 좁아져 조심조심 내려가시는 저 뒷모습 어찌할거나, 아버지 당신의 길 끝을 향해 저토록 조심스럽게 걸어가신다 낡은 잿빛 중절모 위로 건너산으로 이어지는 황톳빛 길 하나 내려와 앉아 아지랑이 피워 올리며 손짓하는 이 봄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