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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

대구의 근현대기 서화(書畵)와 문(文)의 문화 ⑪: 대구 현대문인화의 시작, 천석(千石) 박근술/ 이인숙 2014년 11월(348호)
아트코리아 | 조회 456

대구 현대문인화의 시작,

천석(千石) 박근술

​글|이인숙 한국학 박사, 대구대 강사

 

 

  박근술은 근대기 이후 이어진 대구 사군자화의 3세대이다. 시와 서예와 그림을 다 잘한 시서화 삼절 서병오, 글씨와 그림을 겸비한 서화가 서동균을 이은 박근술은 그림만 그렸다. 20세 무렵부터 서동균에게 배우기 시작해 1959년 23세 때부터 해동서화가협회전에 대구 서화계 원로들과 함께 전시하였고, 1961년 25세에 국전에 입선하였으며, 1976년 40세 때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조숙한 성취 후에도 그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석사학위를 하여 김정희 묵란 연구로 논문을 썼고 민영익, 임희지, 서병오에 대한 소논문도 남겼다. 그러나 간경화로 인해 길지 않았던 57년의 생애는 그의 예술을 모두 완성하기에 너무 짧았다. 역시 예술은 너무나 어렵다.
  박근술은 도제식의 전통방식으로 수련하여 국전을 통해 묵란과 묵죽으로 등단한 사군자화가
로 출발하여 1970년대부터 산수와 화훼도 그렸다. 그는 서화취(書畵趣)를 벗어낸 회화적 조형
미와 색채미의 현대문인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가이다. 박근술은 붓과 먹의 필획과 사군자
화의 창작정신을 충실히 배웠으나 답습에 머물지 않는 시대적 미의식과 자신만의 개성으로 사
군자화를 탈태시키고자 하였다. 소재의 확장도 한 방법론이었다.

 

 

  그가 부각시킨 비파는 사계절 시들지 않는 푸른빛의 상록교목이면서 예쁘고 맛있는 ‘비파색’ 열매를 맺으며 잎, 줄기, 열매, 뿌리 등이 다 좋은 약재이다. 비파(琵琶)를 닮아 붙여진 이름도 멋진 비파(枇杷)는 상서의 의미와 회화적 표현 대상으로서의 장점을 모두 갖추었다. 그의 많은 비파 그림들 중 대작인 <상뢰(爽籟)>(162×185㎝)는 88서울올림픽 문화예술행사로 한국, 중국, 일본, 홍콩에서 엄선된 158명의 작품을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2개월간 전시했던 ‘국제현대서예전’에 낸 작품이다. 사군자화의 수묵성과 필획미를 너머 현대문인화가 회화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박근술은 투병기를 포함한 생애의 마지막 몇 년간 다시 전통적인 묵죽에 진력하였다고 한다. <칼보다 푸른 기개>(273×136㎝)는 묵죽을 그리는 뜻이 형형한 죽간과 죽엽으로 살아 있다. 그런 인품, 왕조시대의 용어로는 절개라고 했고 지금 의미로 말하자면 기개이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용기! 묵죽은 그런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나온 미술이다. 지금의 사회는 다른 가치들을 더 선호한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문인화, 곧 현대문인화는 문인이 사라지고 사군자화가 퇴색하자 나온 미술이다.
  현대문인화는 지본수묵(紙本水墨)을 기반으로 채색을 곁들여 사군자와 화훼, 작은 날짐승(小禽) 등을 모필로 그리는 그림이다. 먹과 색을 조화시키고, 상서롭고 아름다운 화훼를 마음껏 그리는 현대문인화는 매난국죽, 소나무, 연꽃, 파초, 수선 등 전통적인 군자화목(君子花木)을 비롯해 목련, 모란, 비파, 복숭아, 호박, 나팔꽃, 능소화, 해바라기, 등나무, 담쟁이, 석류, 포도, 감, 조롱박 등 식물을 소재로 한다. 식물은 존재 자체가 기쁨과 위안을 준다. 현대문인화는 백익무해(百益無害)한 이타적 존재인 식물의 세계이다. 상서로움과 격조, 맑은 품위가 현대문인화의 강점일 것이다.
  채희규(1934년생), 김시형(1956년생), 이원동(1959년생) 등이 박근술의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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