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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이인숙 옛그림 예찬]강세황(1713~1791), '월매도'
아트코리아 | 조회 402
[이인숙 옛그림 예찬]강세황(1713~1791), '월매도'

배포 2019-09-22

비단에 담채, 26.1×18.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비단에 담채, 26.1×18.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가을은 달이 더욱 아름다운 계절이다. '월매'(月梅)는 여러 화가들이 그렸는데 설곡 어몽룡의 그림이 유명해 5만원 지폐 뒷면에 들어 있다. 이 '월매도'는 18세기 '예원의 총수' 강세황이 그렸다. 달과 매화가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지며 그림의 주제가 된 것은 매화를 유달리 사랑한 중국 북송의 시인 임포의 시 때문이다. 임포는 나이 사십이 되도록 강남의 산수를 두루 돌아다녀 보았으나 모두 고향인 항주 서호만 못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행랑을 거두고 돌아와 서호 북쪽의 고산 자락에 초려(草廬)를 묶고 살았다. 고산에 살면서 집 주위는 물론이고 부근의 산과 물가에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꽃이 필 때는 한 달이나 집밖을 나가지 않고 종일 매화를 감상하고 시를 지으며 혼자 지냈다. 어떤 일보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임포는 결혼도 하지 않아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는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말이 생겼다. 매실이 열리면 수확해 팔아서 생활비로 썼다.

임포의 매화 시는 여러 편이 있는데 그 중 '산원소매'(山園小梅)의 아래 두 구절을 북송의 대문호 구양수가 절찬했다.[close]소영횡사수청천(疏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성근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비치고

은은한 향기 황혼의 달빛 속에 떠도네

이 두 구절은 매화가 연상시키는 주요한 시상(詩想)이 되었고, 매화그림에 자주 화제로 활용되었으며, 월매도의 연원이 되었다. 소박한 매화가지에 동글동글하고 커다란 꽃송이가 달렸다. 강세황은 노란 보름달과 흰 매화꽃 바깥을 푸른색으로 바림 하여 달과 꽃을 표현했다. 달무리가 달을 드러나게 하듯, 주변으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홍운탁월(烘雲托月)법이다.

화제는 강세황 주변 인물들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가장 친한 친구 연객(煙客) 허필(1709~1768)이 썼다. 허필도 시서화를 다 잘 했는데 강세황과 허필은 봄꽃이 피거나 가을 단풍철이면 함께 인근의 유명한 산수를 구경 다니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북돋웠다. 허필은 화제에서 "불사 임화정 월황혼 일구(不寫林和靖月黃昏一句) 역자피속(亦自避俗)"이라고 하여 임포의 '월황혼' 한 구절의 시의(詩意)를 그림으로 그리지는 못했지만 속기는 벗어났다고 했다. 월매의 핵심은 암향(暗香)이다. 매화의 향기를 그려내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비평을 이 그림에 써 넣은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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