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23-06-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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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자리, 생명 에너지, 이근화 작업-양준호 (미술사박사)
아트코리아 | 조회 293
함께하는 자리, 생명 에너지, 이근화 작업
 

양준호 (미술사박사)

 생명 에너지가 삶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이근화의 작업은 보여준다. 강렬한 색채의 흔적을 모아 생명의 힘찬 약동을 이미지화한다. 이전의 작업이 원이 겹쳐져 서로 상충하는 의미 있는 부분을 간결하게 정리해 상징의 형태로 삼았다. 상징화한 조형 요소와 흩뿌린 색의 조합이 화면을 구성하였다. 배경을 두고 대상이 호흡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지금의 작업은 온통 화면을 지배하는 단단해진 색으로 구성한 이미지다. 상징 형태의 도형에서 질감과 색조의 표현에 더 집중한다. 화면은 결정체의 조합으로 자리해 색 하나하나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의미를 만든다. 

 순간에 순간을 더해서 단단한 결정체를 만든다. 지금의 작업과 이전의 작업이 공통으로 관통하는 정신적인 깊은 곳에서는 동북아 정신을 담아 완성된 세계를 드러내 자신과 일치를 지향한다. 작가는 “음양과 오행의 색채로 의미를 풀어낸다"라고 한다. 작가는 상징화된 조형에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을 하여 화면에 색채로 드로잉을 한다. 화면에서 드러난 예술적 직관은 변화의 순간에서 생긴 접점을 확인한다. 순간을 남기고 또 순간을 만든다. 그 순간에 집중한 작가의 집중력은 작업이 마무리할 때까지 유지하는 질서를 찾는다. 그 순간이 이루어낸 색채의 순간이 흔적으로 남아 의미 없는 행위는 없으며 질서는 끝없는 수양이다. 복잡한 세계를 복잡성에 대한 단순한 행위가 만든 변화임을 확인이고 그 변화에서 완결된 순간의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 여기에서 작가가 얻은 미적 감성은 순환하는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서 머물러 있다는 힘을 상징하는 에너지를 제시한다. 
 작가는 생명 에너지의 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가 부분을 넘어 더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순간에서 판단해야 할 흐름의 꼭짓점에 주목한 것을 확장해  변곡점의 중심에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의 이 이념에 더 넓고 깊은 해석을 한다. 예술의 근본적인 이념이 인간의 윤리와 연관되기도 하는 방법적인 원리를  기본적인 에너지로 파악하여 의미 있는 생각의 흐름을 만든다. 흐름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고 그 질서는 형식의 짓고 그 속에서 원리에 충실하면서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여 드러내는 변화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더한 것이 반복하는 작가의 집요한 행위를 이끈다.

 그림과 호흡하는 방법을 정하고 그 호흡에 따라 자세를 잡고 그 품세를 지근하게 유지한다. 느리지만 화면에 행위를 믿고 놓아두고, 행위의 흔적을 기다리고, 행위 한 결과를 판단하고, 행위가 침잠해서 에너지가 서로의 자리에 안착하게 만든 표현은 인간의 공감하는 삶이 더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는 아름다움을 살아있는 극적인 형식으로 보여준다. 마침내 꽉 차고 거대하게 밀려오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작은 숨결들이 모여서 자리마다 마침내 웅장하게 숨 쉬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큰 파도는 작은 파도들의 모임이고 큰바람은 작은 바람의 모임이다. 끝 모를 코로나19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그의 작업이 희망의 메시지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도전은 서로를 어떻게 모아가고 공감하며 자리를 만들어 천착할 수 있는지를 찾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믿음을 이루는 도전을 함께 할 힘을 기대하고, 서로가 공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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