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    업데이트: 15-12-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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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재구성, 미시적 유토피아 -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아트코리아 | 조회 870

민화의 재구성, 미시적 유토피아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그림은 정황적으로 주변풍경을 그린 것일 터이다. 정황적으로? 작가의 그림은 주변풍경 그대로를 감각적으로 재현해 그린 그림은 아니다. 마치 주변풍경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화면 위로 불러들여 재구성하고 재편집해 그린 그림 같다. 풍경요소를 실경으로부터 취해온 것인 만큼 실경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실경 그대로의 감각적 닮은꼴을 좇아 그린 그림도 아니다. 이처럼 작가의 그림은 실경과의 이중적인 태도며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런 이중적 태도가 작가의 그림을 지배하는 특징적인 성질이며 요소를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작가의 그림은 풍경요소를 재구성하고 재편집해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감각적 닮은꼴 그대로를 그린 재현적인 그림이라면 모를까, 이처럼 재구성하고 재편집된 그림에는 분명 남다른 방법(형식논리)과 이유(의미내용)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말하자면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한다. 재구성된 풍경? 그렇다면 무엇(관념)을 어떻게(방법) 재구성하고 있는가.

크게 봐서 작가의 그림은 전통적인 민화와의 비교설명을 통해서 그 특성이 더 잘 드러나 보일 것 같다. 민화에서 상당할 정도로 제기되고 제시된 방법론을 취해와 심화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화의 방법론을 각색하고 자기화한다고나 할까. 우선, 민화도 평면성이 강하고 작가의 그림도 그렇다. 그저 명암도 없고 음영을 따로 그려 넣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요소들을 화면 내에서 재구성하고 재편집한 탓에 그렇게 보인다. 화면의 자족적인 원리에 따라서 그린 그림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서양화의 원근법이 적용되지가 않는 것도 민화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그림으로 하여금 평면적으로 어필되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체를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게 해주는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는 작가의 그림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거창하게 말하자면 주체의 상실이다. 주체를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루는 형식요소들이며 풍경요소들 저마다의 의미비중이 균등해진다. 여기선 화면 밖에 선 작가(엄밀하게는 작가의 시선)도 풍경의 한 요소로 화해 그림 속에 묻힌다. 그렇게 균등하므로 평면적이다. 주와 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선의 권력이 허물어진다. 그렇게 차이를 내포한 다른 것들(이를테면 산과 나무와 꽃들)이 마치 배열되듯 배치된다. 그 꼴이 흡사 조각보를 보는 것 같다. - 평론 글 중에서 -

 

이대선화 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 2014. 06. 18. -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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