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권유미
오늘 15     전체 337
글 수: 12    업데이트: 18-01-08 11:58

> 언론&평론

[화가와 작업실] 서양화가 권유미 - 매일신문
관리자 | 조회 15

서양화가 권유미의 작업실은 밝고 깨끗했으며,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권유미 작가의 작업도구들..


작업실은 작품의 대상과 마찬가지로 작가 내면의 조형의식을 드러내는 창작공간이다. 비단 설치 미술이 아니더라도 공간과 별개로 존재하는 작품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어떤 공간에 전시되느냐에 따라 작품은 다른 생명력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작업실에 따라 작품은 서로 다른 빛깔을 띠기 마련이다.

미술 애호가들은 작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탄생하는지 신비롭고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새 기획 ‘화가와 작업실’은 작가와 작업실을 동시에 들여다봄으로써 작품을 한 겹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서양화가 권유미… "전시 공간과 비슷하게 꾸며…작업실 채광 첫 번째로 확인"

작가들은 좀처럼 작업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시와 관련한 필요에 따라 평론가나 전시기획자에게 혹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여줄 뿐이다. 서양화가 권유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는 작가들 특유의 폐쇄성에서 기인했다기보다, 공간 그 자체가 작업의 도구이며, 작업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 중동에 자리한 서양화가 권유미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꽃이 만발한 정원이었다. 햇빛이 들고나는 남쪽과 북쪽 창을 빼면 어디나 꽃들의 천지였다. 넓지 않았지만 작업실은 밝고 따뜻했다. 화가의 작업실이라면 으레 ‘어지럽혀져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무척 깨끗했다.

이에 대해 권유미는 “저의 그림은 밟고 깨끗한 공간에 잘 어울려요.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과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작업실을 꾸며야 처음 저의 생각과 벽에 걸렸을 때 느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대학과 대학원(계명대 서양학과)을 졸업하고 화가의 생활에 뛰어든 지 16년. 권유미 작가는 지금까지 작업실을 4번 바꿨다. 작업실을 옮길 때마다 첫 번째로 확인한 것은 채광이었다. 자신의 작품과 어울리는 공간은 햇빛이 잘 들어오거나 조명이 밝은 공간이므로, 작품제작 공간 역시 그와 유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화가들의 작업실은 대체로 물감냄새가 진동하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작업실에는 물감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권유미는 물감 기름으로 테레핀 대신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뽀피유를 쓴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냄새가 자신의 느낌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권유미의 소재는 정물이다. 그 중에서도 화려하고 큰 꽃이다. 크고 화려한 꽃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여백이 거의 없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데, 그렇지는 않다. 가득 차 있음에도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는 까닭은 아무래도 파스텔톤의 화사함 덕분일 것이다. ‘파스텔톤의 화사함을 더하면 여백의 미가 생기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답답하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을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녀의 꽃을 감싸고 있는 화분은 금박이거나 자개다. 금박과 자개는 화려한 꽃에 화려함을 더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미묘하게 몽환적인 느낌이 묻어있다. 어째서 그처럼 화려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추구하는 것일까. 권유미는 일부러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그릴 뿐인데 그런 느낌이 묻어 나온다고 했다.

“저는 화려하고 밝은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흔히 예술은 작가의 상처와 고통을 통해 대중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물론이고 대중 역시 어떤 치유와 감동을 느낀다는 거죠. 저에게 예술은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화려한 걸 좋아해요. 관객들에게도 그런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모든 예술작품이 어둠과 상처와 고통과 비애를 근거로 존재할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저의 화려한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해요.”

서양화가 권유미가 처음부터 꽃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누드화에 몰입한 적도 있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처럼 다소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을 오래 그렸다. 그리고 조금씩 나무와 풀을 지나 꽃으로 옮아 왔다.

나무와 풀에서 화려한 꽃으로 옮아온 이유에 대해 권유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물었을 때,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설명할 수 있지만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나쁜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