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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해골이 말을 건다 "너희가 죽음을 알아?"2009. 6. 23 (화) 손정미
권정호 | 조회 693
서양화가 권정호씨 대구서 작품전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해골에 860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 혐오감과 함께 해골을 뒤덮고 있는 다이아몬드의 찬란함에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이 요란한 작품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죽음이 뭔가?" 하는 물음에 동참하게 하는 힘이 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권정호(대구대 교수)의 작품전 《A Happiness of Death》에도 도처에 해골이 등장한다. 적색과 암청색·흑색이 주조를 이루는 〈해골〉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함을 던진다.

권정호는 1980년대부터 해골을 통해 인간의 죽음을 다뤄왔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그의 작품 중심에 자리 잡은 배경에는 개인사와 사회적 환경이 교직하고 있다. 부친이 병원을 운영했던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피 흘리고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권정호는 "고통과 죽음은 많이 봐왔지만 고등학교 시절 의대생이던 형이 가져온 해골이 방안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적인 체험에 5공 군부 시절을 거치고 대구 가스 폭발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등 사회적 환경이 더해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권정호의 《A Happiness of Death》 에 전시되는 작품〈해골〉. 작가는 해골을 통해 사회·정치적 죽음부터 행복한 죽음까지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수성아트피아 제공권정호가 1980년대 다룬 작품이 실존주의적이면서도 사회성을 담았다면 최근작은 죽음에 대한 다른 면을 보여준다. 〈자연 회귀〉처럼 해골을 억울한 죽음이나 억압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합일(合一)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1980년대는 사회·정치적 억압에 의한 죽음,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죽음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행복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해골이 그려진 그림을 비롯해 100여개의 해골을 철사와 석고로 형상화한 대형 설치작품이 등장한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걸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권정호의 작품 〈sound III〉 〈어느 날 밤〉 〈해골〉에서 볼 수 있듯 해골과 소리·선(線)은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한다. 〈선(線)으로부터〉는 서양화가로서 동양적 세계관을 표현한 작품이다. 짧고 강한 선을 그어 해골을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해 형태가 없는 선 긋기 자체에 몰입하고 있다. 면(面)이 아닌 선 긋기를 통해 동양화의 효과를 넘어 선(禪)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198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한자리에 모았고, 비디오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비디오 작품이다. 작가는 선 긋기 작업을 통해 리듬감을 포착했고, 이를 비디오 작업으로 연결시켰다. 100여개의 모니터가 설치된 〈마음의 dictation〉은 작가의 새로운 도전을 엿보게 한다. 수시로 변하는 화면을 통해 인간 내면의 혼란과 끝없는 마음[念]의 움직임을 담았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053)666-3300
해골이 말을 건다 "너희가 죽음을 알아?"2009. 6. 23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20090623001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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