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18-05-11 10:21

Critics

인간의 정신을 개념화한 근원적 형태미의 표현_양준호 (미술사 박사)
아트코리아 | 조회 244

인간의 정신을 개념화한 근원적 형태미의 표현

양준호
미술사 박사



인간의 정신을 개념화한 근원적 형태미의 표현.
 
- 권 정 호전_Shifted Time -
 
권정호는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발맞추어 삶의 아우라(Aura)를 담은 정신성을 표현한 사진과 시간의 통찰을 담은 영상 작업을 전시한다.
 
작업은 전시장에서 같은 주제이지만 네 가지로 분류한 해석을 보여준다. 먼저, 3미터가 넘는 대형사진 작업과 둘째, 파도를 통해 시간개념을 담은 영상작업, 셋째, 시간이동이란 제목으로 형상의 변화를 담은 작업으로 나뉜다. 넷째, 한 벽면은 닥종이로 캐스팅한 해골의 아우라를 캐스팅한 오브제를 전시한다.
 
존재에 대한 기록.
 
3미터가 넘는 대형사진 작업은 작가의 설치 작업을 기록하듯이 표현한다. 해골을 닮은 오브제는 삶과 부재를 동시에 내포하고, 관조한 삶의 허망함(바니타스)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형 사진 작품에는 작가의 손을 통해 반복된 2,000여 개가 넘는 닥종이 해골 캐스팅이 등장한 일련 과정으로 작가의 각성을 구체화한 재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선사 시대 사람들이 짐승을 잡기 전에 먼저 사냥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싸움에서 심리적 우위를 차지한 것처럼 예술은 위험한 대상을 작품 속에서 재현하여 사물을 통제한다. 재현의 마법을 통해 인간은 현실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해골의 재현이 죽음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한다면 해골의 재현은 또한 죽음이 아니므로 현실의 가장 끔찍한 모습과 거리를 두고서 보여준다. 그래서 예술은 크게 위험부담 없이 무서운 감정을 느끼게 하여 슬픈 감정을 배설(카타르시스)할 수 있게 한다.
 
세파의 알레고리
 
파도의 움직임에 나타난 물의 장력들은 세파(世波)란 알레고리로 표현한 영상미디어 작업이다. 영상작업은 조각과 회화와는 다른 방법적 모색인데 시간의 흐름을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여준 화면이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움직여서 내용을 전달한다.
 
파도는 밀물과 썰물로 반복되지만, 밀물의 높이가 한 번도 같지가 않고 썰물의 끝이 위치를 계속 바꾼다. 그중에 이 화면들은 파도의 영향으로 바위들을 넘어와 와류를 일으키며 유동한다.
 
그 와류가 비슷해 보여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차이를 띠게 되는데 영상은 작가가 약속한 시간의 변화패턴을 반복한다. 시간이 머물 수 없는 차이를 보여서 시간의 분절을 표현하고 그 분절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의도는 살아있음과 남아있음이 같은 듯이 다른 더 같지만 복제된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시뮬라크르의 의미를 담는다.
 
시간이동과 존재의 근원적 상징
 
시간이동(shifted time)이란 제목으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여러 인종을 조합해서 해골로 변해가는 과정, 혹은 뼈대의 살이 붙는 과정일 수도 있다. 변화하는 과정의 이미지를 가상으로 표현한다. ‘이미지의 왜곡에서 더 나아가 디엔에이(DNA)를 활용한 미술로 나아가는 시대’라고 작가는 규정한다,
 
회화는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형식이다. 지금은 사진도 시간을 압축하는 대표적으로 형식 표현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대상이 있었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은 지금은 그 장소에 있을 수 있어도 그 사진에 표기된 장소가 아니고 그 시간이 아니다. 그 얼굴이 아닐 수밖에 없다. 만약에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그리운 존재가 지금 자리에 없다는 반증이다. 그리움에 대한 가상이다. 그 가상은 근원적 상징을 내포한 이미지화된 개념 덩어리를 만든다.
 
삶의 확인과 주술적인 확인.
 
그것을 확인한 사람은 그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닥종이로 캐스팅한 해골의 아우라를 캐스팅한 오브제는 인간을 규정한다.
 
사람은 뼈와 살, 그리고 정신으로 개념화한다면 뼈와 살은 몸을 이루는 것이고 정신은 그 몸속에 함께하는 것이다. 결국은 몸과 함께했던 것이 세월이 지나도 남아 있는 것이다. 죽음을 오래 기념하는 것은 인간의 조건일 것이다. 그 기념(記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여 삶의 새로운 소통을 찾고자 한다. 인간의 조건은 변화하면서 시간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생각하고 살아서 삶의 방식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 기록에 대한 한 가지이고 몸이 남겨진 마지막이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록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가진 주술적 확인을 형식에 담고 있다.
 
복제에 대한 정신.
 
디엔에이(DNA)복제 속에서 생겨난 것처럼, 작가의 작업은 외형 틀을 만들어서 내용물을 떠내는 복제가 아니고 원본에서 직접 떠내는 방식이다. 원본과 같은 형태의 복제가 아니고 원본을 둘러싼 시간의 흔적이거나 공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형 틀을 만들어서 한 작업은 원본과 거의 동일한 복제가 되지만 작가의 작업은 원형과는 차이가 있다. 원형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지는 형식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대상의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의 원형에 대한 특유의 밀착성을 가진 복제이다. 틀을 사용하면 그 내용물을 복제하게 되지만 작가의 작업은 일차적 과정으로 일종의 탁본과 같다. 대상을 베끼는 것과 같은 효과이고 내용이다. 같은 것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고 그 주위에 있으면서 그것을 닮아간 흔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작가의 복제 작업의 결과물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료의 질료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작업 형식은 질료성에 정신성을 나타내고 있어 의미가 있다.
 
시간의 흔적들은 공간과 몸이 함께 붙어서 굳어 있었던 것이고 시간의 변화로 정체성을 표현한 작가의 작업은 존재의 근본을 불러오는 주술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적 재현의 이중적 기능은 우리를 현실에서 현실을 넘어, 현실의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의 독재에서 벗어나 통찰과 관조하게 한다. 골고다 언덕처럼 영적인 소통의 장소이며, 잊지 못하는 삶의 존재가 공감을 나타낸다. 인간을 하찮게 여기고, 인간을 자본의 틀 속에 가두어 인간의 품격을 무시하는 현실에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은 예술적인 가치를 가진다 하겠다.
 
■ 양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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