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18-05-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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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과 해체의 합류 김영세
아트코리아 | 조회 130

구축과 해체의 합류

김영세



생물학적 해골은 돌처럼 단단하고 대리석처럼 매끄럽다. 비골은 날카롭고 관골과 하악골은 견고하다. 그러나 권정호의 오브제는 해골과 닮았기도 하고 안 닮았기도 하다. 그의 해골은 보이는 대로의 해골이 아니다. 가느다란 종이 올들은 실핏줄이 되었고 엷고 투명한 섬유질의 판들은 살점이 되어 투명하다.
 
닥나무의 섬유로 조형된 백색 물物은 찢어지고 갈라져 그 것의 허허한 박피 사이로 대나무 숲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감이 모여 있는 사람의 얼굴은 닮지 않아 존재의 유일성으로 인식되고 타자와의 관계를 상대화 한다
 
그러나 죽음으로 남겨진 인간의 두개골에서는 너와나의차이는 구별되지 않는 다 존재와 부재의 동시성으로 사람의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해골은 근원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의 현시現示 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은 무無로 환원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가시화 한다 그가 쌓아올린 해골 무더기는 닥나무의 백피白皮로 복제된 상징의 바벨탑이고 현대적 지각의 형상물이다
 
원본의 아우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허구의 오브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감각적이고 더 인간적인 현실이 된 다 죽음과 삶이라는 현실의 견고함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한히 이어지는 메트릭스의 세계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하이프 리얼리티 hyper-reality 의 세계와 마주 한다
 
백 피로 표상된 그것은 모호해진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에서 현실적으로 견고하지 않고 해부학적으로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재보다 더 실재적이고 더욱 강렬한 해골이 되었다 듬성듬성 구멍이 뚫리고 표백된 섬유질의 연약한 표피의 덩어리는 미적절대주의와 금욕주의적 형이상학 해골 Metaphysical skeleton 이다 그것은 숭고를 지향하는 인간의 창조물이다
 
■ 김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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