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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평론 자료

봄바람에 흩날리는 네모난 꽃잎…박병구 개인전 8일부터 2016-03-02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878

익숙한 듯 낯선 仙境을 그리다

 

 

여행지의 따스한 기억 녹여   익숙한 풍경 새롭게 형상화   평론가 “몽환적 풍경의 미학”

 

박병구 작 ‘산수유 마을’


‘수성못, 기억’



‘남해인상, 기억’

 



많은 화가들이 풍경화를 그린다. 꽃, 나무 등의 자태를 담아내 보기에 아름다운데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물들을 담아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도시인들에게는 자연의 정취를 담은 풍경화가 늘 생활하던 빌딩숲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정신적 여유, 휴식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이 그림을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 그림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박병구 화가 역시 풍경화를 오랫동안 그려왔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풍경은 일반의 자연풍경과는 무엇인가 좀 다르다. 얼핏 보기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곳이라 정확히 말하기가 힘들다. 수성못 등 지척에 있는 풍경이나 따뜻한 남해의 풍경인 듯 친근감을 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꽃향기가 가득한 무릉도원처럼 속세를 떠난 선경(仙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 박 작가 그림의 매력이 있다. 익숙한 것을 그만의 시선으로 달리 해석하고 이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박 작가의 회화에서 주제는 늘 자연이었다. 자연의 본성이 가진 미적 세계를 탐구해온 그는 대상의 재현적 묘사가 아닌 조형적인 왜곡으로 그만의 이상적인 자연세계를 만들어 차별을 꾀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박병구가 만든 화면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관념화되고 이상화된 자연에 가깝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창조된 자연으로서 심상적 풍경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그의 작품에 대해 평단에서는 “몽환적 풍경이 자아내는 미학”이라고도 평했다.

풍경화가 가진 친근감이 때로는 작가만의 개성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 되기 쉬운데 박 작가는 자연풍경의 단순화, 파스텔톤으로 따뜻하면서도 약간은 무거운듯한 이미지를 주는 색상으로 현대성을 추구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이미애 전시기획팀장은 “박 작가의 작품은 관람자의 시각에서 볼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적 풍경을 새롭게 형상화하는 과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며 “그림이라는 기록의 매개를 통해 시간이 멈춰버린 기억 속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그만의 풍경화는 수없이 많은 현장 답사를 통해 이뤄진다. 그는 여행을 즐긴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니라서 다소 낯설긴 하지만 그 곳에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자연이 있기에 그는 틈나는대로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덤으로 얻는 것이 여행지에서 마주한 인정 많은 주민들과의 만남이다. 푸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그들의 모습, 짧은 만남에서 생겨나는 소통의 순간 등이 그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런 여행지에서의 풍경을 그는 기억 속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그의 기억 속에 저장된 자연과 사람들의 풍경은 그림을 통해 드러나고, 자연을 담은 풍경이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녹아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파스텔톤의 색조가 주는 따스함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무언가가 스며있다.

현재 대구미술협회장과 대구예총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1년여간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낮에는 미술협회장과 예총 수석부회장으로서 해야할 일이 많아 새벽에만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미술협회장 활동을 하다보니 제대로 작업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은 작가의 길이기에 힘들더라도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번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대형작품을 포함해 50여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라 힘들었지만 이것이 새롭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8일부터 13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 (053)668-1566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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