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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에 취해…전통공예품 수집에 빠지다 / 영남일보 2015.9.8
아트코리아 | 조회 206
옛 것에 취해…전통공예품 수집에 빠지다

■ ‘박물관이야기’ 고금화 대표
고금화 대표가 박물관이야기 1층에 있는 아트숍에서 아트숍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어릴적 우연히 본 후 신선한 충격
수십년전부터 한복·가구 등 모아
취미 삼다가 섬유공예가로 활동

소장품 많아 새 전시공간 찾던 중
근대문화 깃든 공구골목으로 옮겨
기획전·한미교류전 잇따라 참여
“정겨움·따뜻함 함께 느꼈으면…”



최근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에 재미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공구박물관 옆에 자리 잡은 ‘박물관이야기’란 곳으로, 1950년대의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박물관이야기 고금화 대표는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 10개월이나 걸렸다. 옛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옛 건물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도록 리모델링해서 만든 공간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생각에서 시도했는데 쉽지는 않았다”며 “박물관이야기를 옛 건물의 멋을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도 느껴지도록 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가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수십 년 전부터 고가구, 전통 조각보, 오래된 한복 등 한국 전통예술품을 수집해 왔다. 그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전통예술품의 정확한 수는 그 자신도 모른다. 이것만이 아니다. 현대 미술품에도 관심이 많아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회화, 조각 등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고 대표가 이런 취미를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가 공무원이었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 집에서 옛 물건이라는 것은 보질 못했지요. 그런데 어느날 친구집에 갔다가 마당에서부터 옛 물건이 놓여있는 것을 봤습니다. 인두 등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옛 물건이 주는 정겨움과 따뜻함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이것이 이런 수집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요.”

박물관이야기를 열기 전 봉산문화거리에 ‘뜨락’이라는 아트숍을 겸한 갤러리를 운영해온 고 대표는 “뜨락은 공간이 좁아서 소장품을 전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더 넓은 공간을 찾았다. 전통예술품이 많기 때문에 근대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공구골목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층 규모의 박물관이야기도 그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아트숍과 카페가 있는 1층과 전시공간인 2층의 벽면을 비롯해 구석구석에 소장품이 전시돼 있지만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많다.

한국 전통공예품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수집을 시작했고 이를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두루 보여주기 위해 박물관이야기를 열었다. 수익보다는 자신이 가진 예술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힐링의 시간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 공간에서 관리비만 나오면 됩니다. 애당초 돈을 벌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아트숍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문을 열고 보니 의외의 소득이 있었습니다. 카페에 예상 밖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옵니다. 차를 마시면서 아트숍을 둘러보고 2층 갤러리까지 구경하고 가지요. 아트숍에 있는 족두리 등을 써보고 인두 등을 신기하게 여기는 젊은이가 많은데 제가 어릴 적 친구집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을 이들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결국 한국전통공예품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겠지요.”

박물관이야기는 일반 갤러리나 박물관과 달리 전시품들을 일상생활 속 공간에 둔 것처럼 정겹게 꾸민 것도 차별화되는 점이다. 구석구석 전통과 현대의 미술품들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볼 때마다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소장품 중 고 대표가 특히 아끼는 것은 오동나무 서류장이다. 오동나무 서류장은 고 대표의 시아버지가 평생 사용하고 남긴 유품이다. 그의 시댁은 전통을 고수하는 시어머니 덕택에 전통적 생활방식이 강했다. 그래서 시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이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는 골동품이었다. 하지만 고 대표는 시어머니로부터 이것만 물려받았다.

이런 수집에 대한 열망은 고 대표가 섬유공예가이기 때문에 더욱 강했는지 모른다. 그는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도자공예 등을 거쳐 현재는 섬유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조각보에 매료돼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전통예술품을 수집하던 취미가 전통조각보를 섬유예술로 승화시킨 작업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는 일곱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대구예술발전소가 오는 18일부터 11월8일까지 기획전으로 마련한 ‘생활기행’에도 참여해 섬유공예작품과 소장품들을 두루 선보인다. 이달 중순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한미교류전에 참여해 그의 조각보작품들을 보여준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예술품의 우수성을 확인하길 바랍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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