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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노트

꽃을 그리는 화가, 그리고 꽃의 일생 경북매일 2011.05.10
아트코리아 | 조회 1,347


어느덧 완연한 봄이다.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너무 반가워 내 작업실 창가에 둘 꽃화분 몇 개를 샀다. 작업실 창문을 열고 꽃에 물을 주다 보니 환한 햇살이 나를 반긴다. 


나는 `꽃`을 그리는 화가다. 그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끌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꽃의 일생이라 생각된다. 봄 한 철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날씨가 따뜻해지자마자 온 생을 걸어 꽃을 피워 올리는 그 짧지만 아름다운 생. 나의 삶 역시 꽃을 닮아가려는 과정의 연속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올 봄에 나는 개인전을 열어 캔버스 위에 꽃을 피워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내 그림을 감상하며 행복해했다. 돌이켜보면 거의 봄에 개인전을 열었는 것 같다. 봄은 내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은 개인전 준비를 위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날들이었다. 유화물감이 잘 마르지 않아 바닥에 그림을 늘어놓고 하루 종일 작업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봄에 싹을 틔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나무처럼 나는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이다. 엄살 부리듯 썼지만 이는 모든 화가들이 겪는 인고(忍苦)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의 그림, 그리고 나의 그림에서 꽃향기만큼이나 향기로운 삶의 향기를 느낀다. 꽃을 그리건 그리지 않건, 하나하나의 작품 모두가 그들이 피워올린 꽃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다시 캔버스 앞에 앉아 새로운 계절을 위한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한다. 봄꽃은 한철 피고 지지만 아직 내 꽃은 지지 않았다. 문득 불어온 봄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를 맡으며, 내 작품의 향기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영원히 보는 이의 마음에 가 닿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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