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06-28 16:02

언론 평론

RUN KOREA 2001년 8월호 게재 내용
아트코리아 | 조회 999

 

"8월 21일,그토록 고대하던 나의 첫 개인전이 있는데도,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거 병은 병인 것 같아요."그토록 기대하던 개인전을 코앞에 두고도 지금 당장 나가 동네 한 바퀴를 안 달리면 몸이 찌뿌둥 하고 하루 일과가 꼬여버린다는 서양화가 김 성규 선생님!

"아휴~ 김 선생님,하루쯤 달리기를 안하면 어떻게 됩니까?" 과연 어떻게 될런지? 마라톤에 푸욱 빠져버린 대구마라톤 클럽 서양화가 김성규 선생님의 지독한 마라톤 사랑이야기를 한번 들어 볼까요?

마라톤과의 인연은...

99년에 10년 1개월 간 군복무 후 전역을 한 모 부대인 50사단을 찾아 갔다가 마침 마라톤 출전을 위해 현역병들이 훈련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지요.늘상 굉장히 어려운 운동이라 여겼던 마라톤을 자세히 지켜보고 있으려니까 너무들 쉽게 훈련을 하고 있어,"마라톤이란 별로 대단한게 아니구나,"라는 엉뚱한 생각이 내려져 바로 옷을 갈아입고 함께 뛴것이 마라톤과 첫인연이 되었습니다.옛 생각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뛰었는데,뛰고와서 보니까 10Km나 뛰었다고 하잖아요.그래서 이 모습을 보게 된 50사단 부대장이 저한테 우리 부대 선수가 없으니 예비역인 내가 우리 부대 대표로 한 번 참여해 달라는 권유를 하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예비역인 저를포함해서 총 5명이 99년 춘천마라톤을 참가하게 됐지요.그래서 군 선수 소속으로 처음 마라톤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고 처음 하프코스에도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마라톤과의 지독한 사랑이 시작되었지요.

 

나약한 마음을 잡고자 마라톤을 계속 시작하게 되었다는데....

내 직업이 화가이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생활에 그렇게 큰 연구가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서 삶에 체계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래서 창작활동인 예술을 멀리 바라볼때에는 정말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만이 훗날 좋은 그림을 그릴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길다.'라는 말에 포인트를 맞춘다고 하면은 좀더 나이가 먹은 다음에 창작활동을 하는데,기력이 떨어져서 못한다고 하면 곤란하거든요.아무튼 마라톤이 우리같은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운동인것 같아요.마라톤도 미술처럼 혼자서 할 수 있고,시간,장소,날씨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그림을 그리다가 구상이 안 떠오르면 한번 뛰면서 생각할 수도 있고,뭐 이래서 저는 마라톤을 좋아합니다.

 

화가로서의 길은 언제부터...

학부과정은 미술과를 나와서 그때 미술중등교사 자격증을 땄고,대학을 나와 군대 생활을 하면서 행정대학원을 다녀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공부하는 동안은 그림을 안그렸지만 늘 예술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그래서 전역하면서 결국은 내가 할 길은 그림이다 생각해서 늦게나마 다시 그림을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림과 마라톤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물론 제가 가는 길은 화가의 길이고, 그것을 보조하는 장치가 마라톤인데,어렵기로 말하기는 역시 그림이 어렵지요.하지만 짧은 시간을 생각할때는 이 마라톤이 힘들어요. 마라톤은 자기가 만든 시험이지 누가 만들어준 시험이 아니거든요.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한고비 한고비 넘길때마다 어떤 그림에 대한 열정도 솟고 또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인해 그림의 창작도 더욱 도움이 되는 것 같고,물론 주는 그림이고 종인 마라톤은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짬짬히 하는 건데 요즘은 이 마라톤에 푹 빠져가지고,어느것이 주고 어느것이 종인지 구분을 할수가 없을 정도가 돼 버렸습니다. 8월 21일에 개인전이 있는데도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을 더 우선으로 생각해서 나가니까 이거 병은 병인 것 같아요.

 

대구 마라톤동호회 대구 마라톤 클럽 가족들과 함께 주당 3~4회씩 꾸준히 10Km 내외를 뛰고 있다는 김성규 선생님! 이제 그에게 있어 마라톤은 생활이자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마라톤을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는 군에 있을 때부터 심폐기능이 안좋고 봄이 되면 알레르기성 천식까지 있었는데,하루 이틀 뛰어보니까 체력적으로 너무 좋아요.알레르기 천식도 점차 나아지고,심폐기능도 많이 향상이 되었습니다.또한 그림은 창작 활동이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작업할 때도 많고 잠도 잘 못 이루곤 했는데,달리기를 시작한 후에는 예전에 억지로 8시간을 자는 것보다 한번 뛰고 4시간을 자는 것이 훨씬 몸에도 좋고 개운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내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내 몸이 원해서 달리기를 하는 횟수가 더 많아진 것 같네요.물론 뱃살도 많이 빠졌구요.

 

화가에게 있어 마라톤 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그저 그림을 그리다가도 붓을 놓고 옷만 갈아 입고 사람 다니는 어느 길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마라톤 아닙니까? 다른 운동과는 달리 자기가 시간을 만들어서 자기 나름대로 할수 있다는 점이 그림 그리는 일과 많이 닮은것 같고,앞서 말한 것처럼 마라톤이 미술처럼 혼자서 할 수 있고,시간,장소,날씨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 것 등 마라톤을 하다보면 미술과 많이 닮아 있어서 운동이 낯설지 않아 좋고 언제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저의 성격과 닮아서 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첫 풀코스 도전 때의 화가 김성규 모습이 기억나는가?

전역 후 마라톤에 입문하고 일년이 채 못되어 2000 경주벚꽃 마라톤 풀 코스를 뛰게 됐는데, 그 때는 많이 긴장 되네요.그래서 저는 가족들과 같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혹시 낙오할지도 몰라서 몰래 팬티 안에다 택시비를 감춰놓고 뛰었어요.그리고 윗옷은 50사단 마크가 그려진 티를 입고 뛰었는데,낙오하면 이부대에도 망신을 줄 것 같아서 티를 버려야 겠다는 생각에 티 속에 다른 티를 껴입고 출전하는 약해 빠진 생각을 하고 참여했습니다.그런데 반환점을 돌아 30Km지점에 다다르고 점차 지쳐가고 있는데, 아빠를 응원하러 나온 가족들의 모습과 함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응원하는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나는 포기할수가 없었지요.그래서 더욱 긴장을 하고 뛰었고 거의 미친듯이 풀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는데 완주 후 땀에 쩔은 옷을 벗어 던지니 글쎄, 땀에 쩔은 옷과 살의 마찰로 인해 나의 젖꼭지가 떨어져 피가 흐르는 거예요.그때만 생각하면 휴...아마 뛰는 도중에 피를보았더라면 나는포기했을 거예요. 하지만 완주후에 그피를 확인한 저로서는 웬지 모를 희열(?)과 자신감으로 피보다 더 진한 마라톤을 느끼며 지금의 마라톤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냥 좋아서 달린다는 김성규의 눈은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터뷰 답변을 하는 중에도 마치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김선생님의 답변에는 풀 코스를 뛰고 있는 뜨거운 땀 내음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마라톤을 사랑하고 있었다. 흔하디 흔한 일반인들의 마라톤이 아닌 바로 김성규 자신만의 마라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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