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는 거대한 자연 풍광을 조망하여 기념비적으로 재현해 내는 것보다는 인간의 체취와 땀 냄새 가득한 삶의 공간을 선호한다. 그가 선택한 대상들, 즉 농가나 산길, 추수 후의 들녘, 서설(絮雪)의 무게에 버거워 축 늘어진 농가등은 우리를 아득한 추억의 편린으로 인도하는 대상들이다. 아울러 그가 포착한 이국의 풍정들 역시 역사의 중심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다가 지금은 하나의 모퉁이로 존재하나 여전히 강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련한 오늘날의 자연이 신화의 상실과 환경파괴로 인하여 그 고유의 가치를 상실한 채 작가에 의해 선택되어짐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가치와 생명력을 부여받아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한 곳도 있다.
글. 이경모 편집장 빛과 대상의 긴밀한 조우
김 성 규
해변인상 필자는 그의 작업실에 걸려있는 <법성포>라는 작품을 본다. 중앙의 어선은 자신의 속살을 완전히 노출했음에도 색동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발랄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부의 진한 땀 냄새와 생선비린내가 교차하는 치열한 삶의 역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해휴선>의 경우 색채를 절제하여 청색조의 화면이 기조를 이루면서도 전경의 휴선(休船)과 중경의 수로, 그리고 원경의 섬이 유기적 인관련성을맺으며서로가서로를보완한다. 황량해보이는바다는그러나여전히우리의향수를자극하면서아득한고향의서정을떠올리게 하는 모티브다. 대상에 대한 지고한 애정이 반영된 그의 그림들은 치열한 작업과정과 대상 그 자체의 미적 향취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생명력으로 충만한 대상이자 만물이 번성할 수 있는 가능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가 담아내는 자연의 피조물들은 윤기 가득한풍요로움과넉넉한정서가담겨져있다. 그것은<블루모스크>나<파묵칼레>와같은일련의작품들에서감지되듯이매우존재론적이면서도시각적환각을유도해내는독특한방식이다. 주지하다시피김성규는화면을장식할대상들을찾아다니는수고로움을마다하지않으면서도 작업실 안에서의 제작도 선호한다. 작가는 화실 또는 차창에서 무심코 대한 정경이 그의 심상과 조우하면 이를 선택한다. 실제의 정경과널찍한하늘이불안전한대립항을이루면서그의화면은“어떤대상이기이전에색채로뒤덮인평면”으로환원된다. 이러한추상의도는 의지의소산이라기보다는선택된대상이갖는추상성때문에비롯된필연적결과일것이다. 결국작가는재현과추상의접점-또는간극-을넘나들며 그의 작품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김성규의 그림은 형식적 내용적으로 또 다른 변화의 주기에 진입하고 있다. 우선그는기존의아카데믹한방법론을지양하고재료와물질, 색과빛, 선과형태의실험에몰두하고있다.
“그의 화면은 충만한 빛으로 가득 차있다. 그 빛은 화면에서 명암을 통하여 대상을 규정하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의 피조물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살아있는 실체이다. 숲 언저리에 투영된 빛은 눈이 부시도록 찬연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대상에작용하며자신의존재가치를드러낸다.”
그가 최근에 발표한 작품 <성산일출봉>은 이미 만개한 유채꽃을 전면에 배치하고 중경의 바다와 멀리 성산일출봉이보이는정경을그린것이다. 전경, 중경, 후경으로이어지는구도법은친숙한구성이지만 작가는화면에충분한공간을두어재료가스스로빛을발하도록내버려두고있다. 말하자면이그림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풍경화임에 분명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추상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색의 유동이라든가, 빛의파장에대한관심, 형태의실험, 유동치는붓의변주등을통하여작가는‘추상적구상’이라는새로운회화적지평안에자신의회화를정초시키고있는것이다.
빛과 대기 이 부분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화면에 주된 요소로 작용하는 빛과 대기 의움직임이다. 그의화면은충만한빛으로가득차있다. 그빛은화면에서명암을통하여대상을규정하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의 피조물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살아있는 실체이다. 숲 언저리에 투영된 빛은 눈이 부시도록 찬연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대상에 작용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다. 밝은 곳은밝은곳대로어두운곳은어두운곳대로빛의파장이작용하여대상의확고부동성을강조하는가운데, 빛은 대기를 움직여 자연이 살아있는 실체임을 강조한다. 햇살을 머금은 대지는 생명을 잉태하고 빛은 이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충만한 빛은 매 순간마다 변화를 추동하면서 마치 수면에 작용하는 반사광처럼 화면에 작용하여 대상을 규정한다. 이처럼 김성규의 그림은 우선 빛의 방향이 포착되고 이것이 어떻게 그림에 모티브로 이용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이를테면 <서해 일몰 인상>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미래파적인역동성을표현하면서그역동성안에서빛이살아움직이는장면을교묘하게포착하고있다.
대기(大氣)라는프리즘은하나의장면을다각도로굴절시키고그안에서대상들은저마다자신의존재감 을 발산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작가는 인상파 화가들처럼 빛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그저 감각적 으로 빛을 포착하되 화면에 이를 실험적으로 분할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실험(實驗) 이라는 말은 근대 논리실증주의의 바탕 하에서 어떠한 인위적 조작을 통해 현상을 재현해내는 일과 관련된 제반 절차를 일컫는 개념은 아니다. 그의 실험은 우리의 세계 안에서 우리 자신이나 사물들을 과학적으 로재인지하는문제가아니라, 오히려우리가아직규정할수없는것과의문제와연관되어있다. 그것은 그의배그림에서 감지되듯이 매우존재론적이면서도 시각적환각을 유도해내는 독특한방식이다. 이는 그가 산촌을 그린 것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작가는 <평창 가는길>이나 <일월산 가는길>, <청량 산가는길> 등에서우선빛으로계절을정의하고대상을관조하면서세부형태보다는전체형상을통하여 세부를 규정한다. 이렇게 규정된 대상은 자신이 위치할 곳에 적절히 존재하기 때문에 화면 안에서 뿐 아니라 현실공간에서조차 자신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그림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정경을 화려한 빛의 운용과 형태의 변주, 그리고 물질의 탐색을 통하여 형태와 공간을 새로이 정의하고 인간 심성 깊은 곳에 잠재된 향수를 일깨우는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작가 개인
에게는하나의예술적성취의과정이나우리에게는하나의연금술로비쳐지기때문이다.
작가김성규는안동대학교미술학과, 영남대학교 행정대학원정책분석학과,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미술교육학과를졸업하였다. 6 회의 개인전을비롯해2011러시아아트투어전(모스크바 트레차코프미술관) 등 230여회의단체전 및 초대전에참여하였다. 그밖에대한민국교직원 및 미술연구원미술대전심사위원등다수를 역임하였으며, 대구시민상문화예술부문을 수상하였다. 현재작가는한국미술협회, 여명회, 대구구상작가회, 경북구상작가회(창립회장), 심현회, 미공회, 현대미학탐구전, 구미향토작가회, 경북중등미협전회원, 한국창작미술협회미술대전 초대작가로활동중이며, 대구미술협회이사, 대구달서미술협의회이사직을맡고있다.
Closer encounter of the
light and Object
Lee, Kyung Mo (Chief Editor of Monthly Art Magazine, Art Critic) Kim, Soung Gyu prefers a living space full of human's idiosyncrasy and smell of sweat rather than reproduce as a monument to view for the enormous natural scenery. His chosen targets, in other words, farms or mountain path, field after the harvest, a drooping farmers due to the unmanageable weight of propitious snow, etc. are the objects that are led to the fragments of memories for us. In addition, the atmosphere of exotic to be also captured to him has been watching joy and anger together with sorrow and pleasure of human in the center of history and now exists as one of the corners but also is the place that exudes still strong aura. And pitiful today's nature has been selected by the artist with losing its inherent value due to loss of mythology and environmental degradation. Thus, It granted a new value and vitality and was also the place that appeared again in front of us Beach impression I see the works to be called <Beopseongpo> hanging on his studio. The center of the boat is vivacious like a child wearing a rainbow-striped garment despite completely exposed its skin. It can not hide anger of intense life to intersect of fisherman's dark smell of sweat and fishy smell. In the case of <suspension of steamboat service in the western sea>, the screen of blue color by limited colors forms the keynote. Also, the suspension of steamboat service in the front view, the waterway in the middle view and the island in the distant view require close relationships and should complement each other. However, to seem like a desolate sea feels our nostalgia and is the motif to reminisce lyricism of a distant home. His paintings that are reflected supreme affection for the objects go out into a way that emphasize itself aesthetic flavor of intense working course and objects.
These are the objects that filled with the vitality as well as dynamis that can flourish all things. And nature's creatures that he painted are filled with richness to full of shine and plenty of emotion. It's a unique way very ontological and to elicit visual
hallucinations like perceived in the series work such as <The Blue Mosque> or <Pamukkale>. As everyone knows Kim, Soung Gyu is preferred the creation within workshops without neglecting efforts that search out the objects to decorate the screen. The artist selects when the unintentional views to meet the studio or windows encounter with his image. The real views and extensive sky are forming unsafe confrontation and his screen is returned "flat that covered with colorful than something objects". These abstract intentions will inevitably results due to abstraction with the selected objects rather than the willingness products. to eventually the artist has been pioneered his art world beyond contact of reproduction and abstraction the artist - or the gap. Recently Kim, Soung Gyu's paintings are entering the cycle of another change in the formal information. At first he avoided the existing academic methodology and has been engaged in the experiments of material and substance, color and light and line and shape. His recently presented work <Spring of Guilin > placed already in full bloom of rape flower in front.
He is painted the sea in the middle view and scenery to look Sunrise Peak of Seongsan Mountain in the distant view. The composition in order of foreground, middle view and distant view is the familiar configuration. However, the artist leave to be sure shining the light by materials itself to have enough space on the screen. That is, this painting is surely a landscape overall but, partially is revealed in the abstract intention frankly. The artist newly settled down his paintings in the pictorial horizon to be called 'abstract figuration' through flow of color, attention about the wavelength of light, experiments of type and variation of the floating brush.
Light and Atmosphere To my attention in this part is the movement of light and atmosphere which acts as the main factors on his screen. That light is the living entity that feeds on the nutrients to nature's creatures rather than ideological thing that limited the object through light and shade on the screen. Light projected on the edge of the forest is not brilliant like dazzling eyes but effects subtly on the object and reveals one's being value. The wavelengths of light works that brighter place is still
brighter place and darker place is still darker place. Thus, the light moves the atmosphere among emphasizing the firmness of the object and it stressed the living entity of nature. The earth that soaked in the sun is carrying a life and the light supply nourishment on this. The light-filled defines the objects to act on the screen as the reflected light that acts on the surface of the water during driving change in every moment . Like this Kim, Soung Gyu's painting is the main issue that captured the direction of the light firstly and how to use of the motif of painting. For example, he expressed a futurist dynamism and has cleverly captured animated light scenes within the dynamism in the work to be called <West Sea Sunset>. A prism of the atmosphere bends every angles for one scene and the objects into it are shedding their presence respectively. To see this, the artist captured sensibly for the light rather than scientific analysis for the light like impressionist but, tried to be divided on the screen experimentally. In this of course experiment is not the concept to refer all the procedures with the routine to reproduce phenomenon through some artificial manipulation in the basis of modern logical positivism. His experiment is not the problem scientific recognition for our own or things in our world. It is still associated with the un-prescribable problems to us. It is a unique way to elicit very ontological and visual hallucinations like detected in his boat painting. It was noticeable well that he painted the mountain village. For instance defines details throughout the entire shape rather than the form of particulars while the artist most of all defined the season and contemplated of the objects as the light in <The way to Pyeongchang>,
<The way to Ilwol Mountain> or <The way to Cheongryang Mountain>. These qualified objects will be exposed their position on the screen as well as even real space because of appropriate existed to own place. His paintings of these define newly forms and spaces through brilliant light operation, variation of the form and exploration of the materials for ever-changing natural scenery.
These have spell to enlighten potential nostalgia deep into human mentality. Because this is a process of one of artistic achievement for the artist personally but, to us show as one of alchem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