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8    업데이트: 19-07-05 16:19

작가의 일상

현대 기법으로 되살아난 붓다… 진화하는 불교미술 정수 / 세계일보 2015-03-17
관리자 | 조회 893
3회 ‘BAF’ 빛낸 작가 3인 작품세계​
마규대씨의 유리조형 불상 작품

불교미술이 진화하고 있다. 붓다와 보살들이 유리조형으로 탄생하고, 민화의 현대화 기법으로도 태어난다. ‘디지털 암실’ 작업을 통해 유화의 면모를 보여 찬탄을 자아낸다. 이런 작업들은 불심이 깊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의외로 이웃종교 작가가 많아 흥미롭다. 일단 이들 작품은 소장하고 싶다는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 15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서 폐막된 ‘제3회 붓다아트페스티벌(BAF)’에서 불교미술의 진보를 이끈 세 작가의 ‘3인 3색’ 예술과 종교 세계를 들여다본다. 
 
마규대씨의 유리조형 불상 작품
# 유리조형의 달인 마규대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이 제 손을 이용했을 뿐 제가 제작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유리조형 전문업체 ‘마가’의 마규대(63) 대표의 말이다. 유리조형예술가인 그가 출품한 불상 부조(浮彫)는 유리가 주는 정갈함과 조명의 따스함, 작가 특유의 감미로운 색채감이 어우러져 붓다가 지닌 자애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불교를 알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지를 펼쳐보인 그는 서울 도곡동성당 소속 가톨릭 신자다. “예수님과 부처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부처님의 자비심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미완성 관음보살상도 한 점 가지고 나왔다. 채색이 안 된 상태였는데, 전시회 전날 관음보살상이 꿈에 나타나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조르더란다. 놀라서 잠을 깬 그는 아침에 대충 채색을 해 전시장에 내놨다. 분명 미완성인데 관람객들 관심도 많이 끌고, 전시작으로 손색없어 흐뭇했다. 

“유리조형은 제작과정이 복잡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요. 부처님 마음으로 다듬고 채색하지 않으면 느낌이 나지 않아요. 저는 손만 빌려드리고 그분이 만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유리조형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어요. 착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고,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출 때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 대표에겐 두 개의 꿈이 있다. 1000년 넘도록 이어질 유리조형 공방을 만드는 것과 만인이 찬탄하는 유리불상을 제작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회가 주어지면 신심이 깊은 가톨릭 수사나 불교 스님들에게 유리조형 기법을 전수할 생각이다.  
 
이민수씨의 작품 ‘반가사유상’
# 디지털 암실 작업의 귀재 이민수 

“수년 동안 산사를 다니며 사진을 촬영했는데, 그중에서도 불상 사진이 많아 자연스럽게 성상(聖像)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붓다아트페스티벌에 ‘와우정사 불두(佛頭)’ ‘석왕사 와불(臥佛)’ 등 성상을 주제로 수십 점의 불상사진을 출품한 사진작가 이민수(49)씨의 작품은 수채화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만큼 느낌이 강렬하다. 이 때문인지 그의 작품 앞에는 한동안 미동도 않고 응시하는 관람객들이 많다. ‘디지털 암실’ 기법을 도입해 사물의 증폭된 느낌을 얻어낸 결과다. 디지털 암실은 사진편집기에 의한 편집작업으로, 사진예술의 진화이자 무한한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이나 나무, 청동으로 제작된 불상이지만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불상마다 독특함이 묻어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디지털 암실 작업을 통해 극대화시켜 봤습니다.” 

일본 도쿄예술대 사진과를 나와 디자인아트페어(DAF) 등 유명 전시회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린 그도 5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모태신앙이다. 

“불교는 우리나라의 전통 종교이고, 천주교와도 가르침이 비슷해 전혀 거부감이 없고 친근합니다.” 

2012년 ‘꽃의 독백’ 시리즈를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이씨는 산사의 불상에서 다양한 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불상은 보이는 않는 신을 시각화·인격화해 놓은 조각상으로, 신에 대한 만든 이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떤 것은 죄지은 인간을 징벌하는 모습으로, 어떤 것은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다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신을 표현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제게는 하나같이 거룩하고 위대하고 초월적인 존재였죠. 성상을 촬영하며 신의 거룩함과 온화함을 느꼈고 사랑과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김소하씨의 작품 ‘노래하다-축복’
# 민화(民畵)의 현대화 개척자 김소하 

“탱화와 달마도, 먹화 등 우리 불화(佛畵)도 소재를 더욱 발전시키고 다양화해야 일반인들에게도 수용되고 감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민화 현대화 작업에 몰두해온 한국화가 김소하(58) 대구예술대 교수는 ‘즐거움-노래하다’는 주제로 창작민화 여러 점을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익살스러운 형태와 우중충한 색채를 가진 전통 민화와 달리 그의 ‘진화된 민화’는 은유적 소재에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편안함과 즐거움을 준다. 특히 작품 ‘노래하다-축복’은 형언하기 어려운 붓다의 온화한 표정을 통해 관람객들 발길을 잡았다. “직설적이거나 표면적 관념의 종교화나 민화라는 의미만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한국 전통과 불교미술이 의도하는 사상들을 은유적으로 전달해 보고 싶었어요.” 

김 교수는 중국미술대 유학시절 박사논문으로 한·중미술 색채를 연구하다 한국 색채에 불교미술이 많이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부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2000년 초 ‘동양철학과 화론(畵論)’에 관심을 갖고 대구 동화사 말사에서 한 스님에게 설법을 듣던 중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008년 이후 집중적으로 한국적 색채와 소재를 찾았어요. 처음에는 야생화와 인물에 대해 작업을 하다가 민화적 내용과 불교적 소재에 끌려 대상을 바꿨지요.” 

작업재료도 한 가지만을 고집하다 한지와 캔버스, 석채와 파스텔, 아크릴 등으로 확대했다. 전통과 불교미술의 현대화 작업은 우리 고유의 소재와 사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자신은 물론, 관람객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고전에서의 화려한 색채 사용은 즐거움과 희망을 불어넣었다. 

“민화는 장식 용도와 함께 장수와 부귀, 귀신을 쫓아내는 벽사의 의미가 담겨 있지요. 제가 재해석한 민화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좋은 기운을 지니게 하고 행복과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았어요.”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