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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노트

철 조각가 김기용 5번째 개인전, 2m높이 작품에 1년…용접기로 鐵 녹여 수행하듯 제작 영남일보 조진범기자 2017-04-20
아트코리아 | 조회 715

고령 카페‘르뮈제’서 30일까지

주변의 움직임·이야기에서 영감


영남일보 조진범기자 2017-04-20

김기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 ‘결실’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작은 사진은 ‘커피와 목단’ <작가 제공>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먼 길을 돌아왔다. 생계를 위해 한복디자인, 옥외광고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우연히 본 철 구조물에 ‘꽂혀’ 철을 다루면서 전업 작가로 나섰다. 영남대 동양화과 출신의 철 조각가 김기용(50)의 얘기다. 

대학시절 운동권이었던 작가는 생업을 위해 손재주가 필요한 업종을 전전했다. 한복디자인, 옥외광고업계에서 일한 배경이다. 대학 졸업 직전 과 후배와 결혼해 돈을 벌어야만 했다. 

생업에 종사하며 ‘필사적으로’ 생활하던 작가는 2011년부터 철 조각에 손을 댔다. 철을 다루는 일은 오랫동안 해왔던 터였다. 선박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까지 차렸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나홀로 사장’을 하게 됐고, 남는 시간에 작품을 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인생에서 전력투구를 해본 게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해봤다. 후회하지 않는, 아니 후회를 줄이는 삶을 살기 위해 철 조각을 하게 됐다”며 “애초 예술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그냥 산다는 게 너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창작욕구가 되살아난 셈이다.

왜 철인가. 작가는 “산업사회 노동자를 대표하는 소재가 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철을 다루는 것 자체가 신기했는데, 이제는 붓보다 용접기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수행하듯 작품을 만든다. 주물로 철 조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용접기로 철을 일일이 녹인다. 작가는 “몸으로 때운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2m 높이의 작품을 만드는 데 1년이 넘게 걸린다. 

작가의 주제는 일상이다.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는다. ‘결실’이나 ‘농부의 꿈’이라는 작품도 자신과 아버지의 삶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현재 고령의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에 위치한 카페 르뮈제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작가의 5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준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30일까지. 010-8577-9724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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