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14-12-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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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의 품격
죽강 김진규 | 조회 1,284

사군자는 각자 높은 품격과 지조를 가진 뚜렷한 자연물로 인신 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개별꽃이 갖는 특성과 아름다움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즉 꽃잎, 잎사귀, 줄기, 뿌리 등으로 이루어진 각 식물의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이들의 공통된 특성으로 갖는 의미를 취하여 사군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다.
 옛 사람들이 이들을 사군자라 하여 사랑하게 된 것은 어렵고 험난한 환경 속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더욱 꿋꿋하고 아름답게 서있는 그 성품을 높이 산 것이다. 선비들은 이들을 보며 스스로 인격을 함양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다. 따라서 시와 그림으로 그리고 실제로 꽃을 가꾸며 늘 곁에 두고 그 뜻을 새기고자 하였다. 은일지사들은 사람과 교류하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러한 뜻있는 자연물로서 벗을 삼으며, 이름 높은 지사들이 이들을 시와 그림으로 노래한 작품과 일화들은 후대의 선비들에게 영향을 미쳐 더욱 사군자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사군자를 벗에 비유하여 봄에 피는 매화를 고우(古友: 오랜 벗), 섣달에 피는 매화를 기우 (奇友 : 아름다운 벗)라 하였으며, 난을 방우(芳友: 꽃다운 벗), 국화를 일우(逸友: 뛰어난 벗), 또는 가우(佳友: 아름다운 벗), 대나무를 청우(淸友:맑은 벗)라 불렀다.
 그리고 맑음과 고아함을 취하여 매 * 죽 * 송을 세한삼우 (歲寒三友)라 하였다. 매죽(梅竹), 난죽(蘭竹), 매국(梅菊), 국죽(菊竹) 세한삼우 등이 배합을 이루어 그림, 문양, 시 등에서 즐겨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연년세세 영구불변 하는 우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외에 사군자끼리의 배합뿐 아니라 상징성이 유사한 소나무, 돌, 연꽃, 학, 달, 술 등과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시조에 자주 등장하는 정다운 짝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사군자를 중심으로 살펴볼 때 국화는 술과 벗이 짝하고, 매화는 달이 가장 즐겨 짝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주된 소재에 가장 어울리는 짝을 더함으로써 시적운치를 높이고 주제를 더 깊게 해주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사군자의 그림은 시(詩), 서(書)와 함께 전인격(全人格)을 투영하고 있다고 믿어, 문인 사대부 사이에 더욱 환영받는 소재가 되었다.
 그림의 형태나 기법이 간단할수록 그 소재 자체에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이는 사군자 그림에서 무엇보다도 그 꽃과 식물의 정신을 나타내야 하므로 그리는 이의 인품과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 것과 맥이 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군자는 선인들의 벗으로서, 교훈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그 상징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왔다. 꽃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 보다는 거기에 담긴 의미를 우선으로 한 정통시대의 관념적인 명분론의 일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꽃 속에 담겨진 의미나 정신을 망각한 채 지나치게 외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여 화려함을 우선으로 취하는 현대인들의 흐름 또한 큰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사군자에 투영된 선인들의 의미 지향적 안목에 공감을 느끼고, 그 정신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화 대나무(竹) 이야기

 사군자 중 제일 먼저 시와 그림에 나타난 대나무는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왔다.
 대나무의 높은 품격과 강인한 아름다움, 그리고 실용성은 일찍부터 예술과 생활 양면에서 선조들의 아낌을 받아왔다 대는 소나무와 함께 난세에서 자신의 뜻과 절개를 굽히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지사, 군자의 기상에 가장 많이 비유되는 상징물이다. ‘대쪽같은 사람’ 이라는 말은 대를 쪼갠 듯이 곧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곧 불의나 부정과는 일체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을 말한다.
 회화에서 대나무가 독립된 화목으로 등장하기 이전에 송죽도(松竹圖), 죽석도(竹石圖) 등 의 배합이라든지 화조화의 일부로 나타났다. 그 뒤 대의 상징성과 기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문인의 수묵화 소재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때로 달밤에 창호지에 비친 대나무의 그림자를 그대로 배껴 묵죽을 그린 낭만적인 기법을 쓰기도 했다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 도화서(圖畵暑)의 화원을 뽑는 시험과목 중 대나무의 그림이 제일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되어있어 산수화나 인물화 보다 더 중요시되기도 하였다.
대나무는 기후나 자연적 정경에 따라 청죽(晴竹), 앙죽(仰竹), 로죽(露竹), 우죽(雨竹), 풍죽(風竹), 설죽(雪竹), 월죽(月竹) 등의 화제로 다루어졌는데 대가들조차 50년을 그린 후에야 비로소 그 경지가 터득되고 마음에 드는 죽화를 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곧 묵죽의 높은 경지와 깊은 맛을 시사하면서 이러한 사군자그림들이 결코 본격적인 회화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기초 내지는 예비단계의 차원이 아니라 동양 회화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의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출처] 한국화 대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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