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5    업데이트: 24-01-15 11:36

평론 언론

강렬한 색채미학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김정기 | 조회 656

강렬한 색채미학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열아홉 번째 김정기전에 부쳐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존재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이 순응적이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극복의 대상으로 삼을지라도 일정한 제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생활 궤도를 태양을 중심으로 설정하고 살아온 서양이나 달을 중심으로 설정하고 살아온 동양에서나 삶의 목표나 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무시로 소통하고 자정(自淨)하여 생명의 건강성을 담보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곧 생명이요, 자연은 곧 정신의 발원지이다.

 

열 아홉 번째 개인전을 갖는 김정기는 대부분 자연에서 그림의 소재를 택하고 있다. 흔히 주변에서 보아온 산이고 강이고 마을이고 꽃이다. 사람의 흔적을 그리되 되도록 화폭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대부분 우리의 삶과 역사를 잉태시켜온 현장이다. 어쩌면 그의 그림에 있어 자연은 실존의 위의(威儀)를 깨우쳐주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회화적인 순수성이 돋보이는 그의 화폭은 야수파적 정취가 묻은 인상주의적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소위 ‘유토피아’의 추구가 아니라 현실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하는 진단적이고 반성적인 시각으로 읽혀진다.

자연의 마음을 헤아리고 물상의 상태를 읽어낼 수 있을 때만이 감동의 요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면 김정기는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에게 색채는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자연과의 감성적 교감이 김정기 그림의 장점이자 가장 큰 가치 덕목이다. 자연의 대상을 통해서 우주의 철리(哲理)와 만나고 강인한 생명력이 주는 기운(氣韻)을 개성적인 조형언어로 재현해 내고 있다. 다소 원색적이다 싶을 만큼 그의 화폭에 옮겨지는 자연물에는 그러나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들이 은유적으로 깔려 있다.

 

그는 결코 세상의 불의와 야합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이제는 시대가 그의 활동을 눈여겨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시공을 초월한 예술양식의 확보에 있다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가 한층 더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조형언어를 찾아가는 자기보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병도(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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