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5    업데이트: 24-01-15 11:36

평론 언론

그림을 ‘그리다’에서 ‘표현하다’로 진화 중 [출처] 피플: 서양화가 김정기|작성자 대구문화 2014년 4월(341호)
아트코리아 | 조회 1,866

스테디셀러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 읽는 책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예나 지금이나 화가들의 예술적 영감의 근원으로 불리며 많은 화가들의 캔버스를 채우는 스테디셀러다.
   서양화가 김정기(49) 씨는 23년 째 산을 캔버스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소재, 감각적인 소재들이 넘쳐나는 요즘 산을 붙잡고 놓지 않는 그를 진부하다고 하겠지만 그는 “산만큼 화가에게 예술적 본질을 찾게 하고, 또 다양한 창작을 끊임없이 생산하게 하는 소재도 없다.”고 반문한다.
   그는 거대한 산의 정기와 위용을 작은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이 내내 미안했는데 이제 그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게 되었다. 이달 15일부터 일주일간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지금까지의 작업 가운데 가장 큰 500호 대작 1점을 비롯해 100호 이상의 큰 작품 위주로 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수성아트피아의 두 전시실을 모두 이용하는 이번 전시는 규모면에서도 그의 개인전 가운데 제일 크다. 이번 전시는 스물세 번째 작품전이다.
   “작업의 본질, 화가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과도기적 과정이란 생각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했습니다. 예전에는 사생을 통해 대상을 그렸다면 이제는 제 느낌을 갖고 대상을 표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는 현장에서 사생(寫生)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제일 먼저 가입한 것이 대구사생회였다. 올해로 22년째 활동하고 있으니 그의 작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현장 사생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대구사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회원들과 함께 떠나는 사생 여행에서 그는 누구보다 모범생이다.
   “매달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사생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떠나는 사생을 일로 생각하면 힘들죠. 제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하기 위한 수신(修身)의 의미, 의식(儀式) 같은 것입니다.” 현장 사생을 통한 그림과 작업실 안 그림이 뭐 그리 다를까 싶지만 그림의 색채와 작품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산은 산이지 어느 산인지가 중요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제목을 ‘에센스’(Essence)라 썼다.
   “구상작업으로 유명한 선배화가가 구상작업이 가장 빛나는 시기는 60대쯤이 아닐까 하고 말씀하셨어요. 내년이면 50인데 벌써부터 60대가 기다려집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60대를 기다리지 않을 겁니다.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처럼 부지런히 작업하며 변화를 거듭해야죠. 변화는 작가의 생명력과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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